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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재확산 상황이 날로 심각해지면서 하반기 경기를 'V자형' 반등 대신 'W자형' 더블딥'(이중침체)으로 전망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U자형'이나 W자형 경기회복이 현실화하면서 정치권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재정 당국은 이번 주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한 뒤 판단하겠다는 태도다.
2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현재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66명 늘었다. 전날(397명)보다 131명 줄면서 지난 20일(288명) 이후 나흘 만에 200명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세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갔다.
정부는 이번 주를 중대 기로로 본다.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일단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3단계는 사실상 봉쇄에 가까운 조치로, 사회·경제 활동에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
정부는 그동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경제 낙관론을 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각종 경제지표가 2분기를 저점으로 회복세를 보여준다"며 "3분기부터 경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도 나흘 뒤인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9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에서 "6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생산·지출의 개선 조짐이 한층 뚜렷해졌다"면서 "3분기 경기 반등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6월 산업활동동향에는 5월 수출이 급감했던 기저효과도 작용한 만큼 경기 상황을 낙관할 순 없다고 지적했으나 정부는 낙관론을 고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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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 속에 경제전문가들은 더블딥을 경고하고 나섰다. 민간경제연구소인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3일 내놓은 '2020년 한국 경제수정 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0.5%로 전망했다. 지난 4월 0.3%에서 0.8%포인트(p)나 낮춰잡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바이러스 활동력이 가을, 겨울에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내외 경제활동 제약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세계 경제 흐름이 W자형 이중침체가 될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 금융시장의 펀드매니저들도 세계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경제매체 CNN 비즈니스는 지난 19일(현지 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조사 결과를 인용해 국제 펀드매니저 37%가 W자형 회복세를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여명의 펀드매니저를 상대로 조사한 이번 설문에서 경제가 급반등하는 V자형 회복을 전망한 응답률은 17%에 그쳤다. 세계 경제가 바닥을 찍고 일정 기간 유지하다 천천히 상승하는 U자형 회복을 예상한 답변은 31%였다.
국내 상황은 더 안 좋다. 50일이 넘는 장마와 집중호우가 끝나자마자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며 소비·야외활동이 위축돼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
정치권에선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4차 추경 편성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되면 2차 재난지원금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서둘러야 한다"며 "지역 화폐로 개인당 30만원쯤 주는 게 적당하다"고 제안했다.
야당도 큰 틀에서는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에 동의한다. 미래통합당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긴급대책회의에서 "1차 확산 때보다 사안이 위급하다"며 "재난지원금과 추경 등 예산지원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통합당은 선별 지급을 주장한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꼭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지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 등 생계에 지장을 받는 저소득 계층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다. 민주당에선 추석 연휴 전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여야가 지급대상을 놓고 이견을 보여 앞으로 논의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
재정 당국은 판단을 유보하는 태도를 보인다. 2차 재난지원금을 준다면 재원을 나랏빚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2차 재난지원금에 관한 질의를 받고 "(2차) 재난지원금을 주게 된다면 100% 국채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1차 때와 같은 형태로 이뤄지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정 부담을 고려할 때 1차 때처럼 전 국민에게 줄 순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야당 주장대로 선별적 지급에 무게를 두는 발언이다.
다만 홍 부총리는 "2차 재난지원금 논의는 깊이 있게 이뤄지지 않았고 상황을 보고 판단할 사안"이라며 "이번 주까지 상황을 보고 경제 추이를 감안해 추후 판단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긴급재난지원금 논의 당시 1회성 지급에 그칠 거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홍 부총리 발언은 지난 14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2차 재난지원금은 재정부담도 크고 효과도 파악해야 해서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던 것에서 사실상 한발 물러난 셈이다. 홍 부총리는 1차 재난지원금 논의 때 재정 부담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가 여당의 강한 압박에 반대 뜻을 접은 바 있다. -
문제는 재난지원금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올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여파로 임시·일용직이 많은 저소득층(소득하위 20%)의 근로소득이 급감했다. 이들 1분위 가구는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살포하면서 공적이전소득이 급증한 덕분에 어려움을 버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재난지원금은 반짝 효과에 그친다고 지적한다. V자 경기 반등이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에서 자칫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혈세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1차 재난지원금을 주려고 12조2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을 편성했다. 이재명 지사의 주장대로 1인당 2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추가로 주려면 10조원 이상이 필요할 전망이다.
나라 곳간은 비상이다. 1~3차 추경 규모만 이미 59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63.6%인 37조5000억원은 적자 국채를 발행해 메웠다. 3차 추경 기준으로 올해 국가채무는 839조4000억원이다. 이런 증가 추세면 문 대통령 임기 말인 2022년에는 나랏빚이 1000조원을 넘어 1030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정 당국은 부채 증가 속도가 세계 상위권이라는 데 부담을 느낀다. 국회 예결위와 기재부에 따르면 2001~2018년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D2) 증가율은 연평균 11.1%다. 부채 증가율이 같은 기간 경상성장률(5.8%)보다 2배나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여섯 번째다.
한국조세연구원장과 국회예산정책처장 등을 지낸 최광 한국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국민 경제 생활이 궁핍해진 원인은 (각종 포퓰리즘 정책으로) 현 정부가 스스로 만들었다"며 "원인은 고치려 하지 않고 국민 세금을 푸는 식으로 맞지도 않는 약을 처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최 명예교수는 "(현 정부는) 애초 진단이 잘못되다 보니 경제를 포기한 정권이 됐다"면서 "일각에서 OECD 평균과 비교하며 국가 부채를 논하고, 재정 여력이 있다는 주장을 펴는데 통계의 상·하위 국가를 배제하고 중간자료로 평균을 내면 우리나라의 국가부채 비율은 절대 낮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한국은 공기업을 통해 굵직한 국책사업을 벌이는 사례가 많다. 공기업은 부도가 나도 정부가 보증을 선다"면서 "(착시효과를 보이는) 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하면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사실상 100%를 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명예교수는 "세입·세출이 맞게 균형예산을 편성해도 비생산적인 곳에 세금을 낭비하면 안 된다"면서 "(한국판 뉴딜사업처럼) 수십 조원이 넘는 사업을 한 달도 안 돼 뚝딱 만들어내는데 생산적인 지출이 이뤄지겠느냐. 쓰레기 같은 사업만 들어가 있다. 몇 년 지나면 (다음 정권은) 손발이 묶여 정책을 추진하기가 어려운, 더 위험한 사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