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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로 말미암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완화를 위해 경제 역동성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업을 옥죄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구사하고 있어 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OECD는 지난 16일 주요 20개국(G20)을 대상으로 한 '9월 중간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OECD는 이번 전망에서 세계 경제 여건이 다소 개선된 것으로 평가했다. 경제활동 재개 등으로 세계 경제가 점진적으로 회복되면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지난 6월(-6.0%)보다 1.5%포인트(P) 올린 -4.5%로 조정했다. 특히 큰 폭의 역성장을 예상했던 G2(미국·중국) 성장률 전망을 대폭 상향했다. 미국은 -3.8%로 6월(-7.3%)보다 3.5%P, 중국은 1.8%로 석달 전(-2.6%)보다 4.4%P 각각 높였다.
다만 OECD는 내년 전망을 낙관하진 않았다. 내년 세계 경제가 반등하겠으나 대부분 국가는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거로 내다봤다. 터키·미국·한국 정도만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할 거로 예측했다. 기재부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합산해 비교할 때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감염병 대응 초기 허술한 정부 정책에도 국민이 방역수칙을 잘 따랐고 비대면 경제 활동으로 특수를 맞은 반도체가 깜짝 실적을 내면서 올 상반기 한국 경제가 낙폭을 줄였던 게 컸다는 견해다. -
OECD는 이번 보고서에서도 불확실성 완화 등을 위한 정책 권고를 제시했다. 먼저 각국의 추가 재정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도 적극적인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성급한 재정 긴축은 내년 성장을 제약할 우려가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때마침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6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내놓은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현 0.00~0.25%에서 동결한다고 밝혔다. 또한 오는 2023년까지 '제로 금리'가 유지될 것임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현재의 매우 확장적인 금리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경기 회복이 진행 중이나 속도가 느릴 것으로 예상된다. 확장적 통화정책뿐 아니라 추가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OECD는 재정 지출 방향과 관련해선 '맞춤형 지원'을 제시했다. 청년·비정규직·저소득층·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정부가 나라 곳간을 여는 것이 퍼주기식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돼선 안 된다는 의미다.
OECD는 지속가능한 회복을 위해 외부효과가 큰 △보건 △교육 △디지털 △환경부문 인프라에 공공투자를 집중할 것을 권고했다. 문재인 정부의 디지털·그린 투자가 방향 설정은 틀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
OECD는 경제 회복과 생산성 제고 측면에서 노동자와 기업을 지원할 때는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기업 지원은 점진적으로 조정하되 시장진입장벽 완화, 파산절차 간소화 등을 통해 경제 역동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제는 현 정부 들어 계속되는 기업 옥죄기가 정작 기업과 경제의 활력이 필요할 때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나란히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을 낙관하지 않는 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OECD는 내년 한국 성장률을 지난 6월과 같은 3.1%로 전망했다. 이는 G20 회원국 중 뒤에서 5번째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우리나라보다 낮은 나라는 △멕시코(3.0%) △호주(2.5%) △일본(1.5%) △남아공(1.4%)뿐이다. △인도(10.7%) △중국(8.0%) △프랑스(5.8%) 등 대부분 회원국의 성장률은 우리나라를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ADB는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을 6월(3.5%)보다 0.2%P 내린 3.3%로 내다봤다. 아시아지역 성장률을 6.8%로 기존(6.2%)보다 0.4%P 올린 것과 대조된다. 이에 대해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올해 문재인 정부는 소득세와 법인세를 올리는 등 기업 규제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기업 경영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며 "올해 4차 추경(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며 계속 나랏빚을 지는 재정지출 상황도 ADB의 판단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경제가 살려면 기업활동이 활발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기업이 어려워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 친노동 성향이 강해지면서 아무거나 새롭게 해석한다. 사법부 판단도 마찬가지여서 가령 파리바게뜨 가맹점의 제빵기사 불법파견 문제만 해도 앞선 정부에서 문제없던 게 현 정부 들어 불법적인 게 됐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부동산 문제만 해도 부동산이 경제와 따로 가는 게 아닌데 거래를 못 하게 하니 경제에도 타격이 있다"며 "앞으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추가 규제법안이 예측 가능성을 더 떨어뜨릴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코스닥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는 16일 공동성명을 내고 "개정안은 글로벌 스탠다드와 맞지 않고 도입 시 우리 기업의 세계 경쟁력을 약화할 것"이라며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쓰일 자금이 불필요한 지분 매입에 소진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한국판 뉴딜에 대해서도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정책"이라며 반대했다. 그는 "위기 때 생존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럴 때 구조조정을 안 하면 못한다"면서 "정부 정책이 좀비기업을 지원하는 쪽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일본의 경우 지나친 보호정책으로 경제를 좀비화하는 바람에 망할 기업이 연명하고 이는 수익성 하락과 투자 저하 등으로 이어져 경제 활력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책의 불확실성은 대부분 정치적 불확실성에서 온다"면서 "앞으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부터 대선에 이르는 정치 일정이 반기업 정서와 포퓰리즘 정책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투자보다는 현금을 쌓아두고 위기에 대응하는 쪽으로 가게 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