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과 자격 같은 참가인으로장녀-장남 vs 아버지-차남 대결 구도경영권 승계 아닌 상속재산 다툼설도
  • ▲ 사진 왼쪽부터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조양래 회장,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사장 ⓒ한국테크놀로지그룹
    ▲ 사진 왼쪽부터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조양래 회장,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사장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형제의 난’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놓고 분쟁에 적극 나서는 쪽으로 노선을 정했기 때문이다.

    조 부회장은 지난 5일 아버지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과 관련해 서울가정법원에 참가인 자격으로 의견서를 냈다.

    성년후견 개시 심판에서 참가인은 청구인과 같은 자격을 갖는다. 관계인과 비교해 더 적극적인 입장을 택한 것으로 본다. 이에 조 부회장이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쪽으로 방향을 크게 튼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조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조 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을 하고 후계자로 동생을 낙점한 것이 건강한 정신상태에서 자발적으로 내린 판단인지 법원 판단을 구했다.

    당시 조 회장이 자신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전량(23.59%)을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사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형태로 매각하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조 부회장은 지난 8월 말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최근 결정이 주변 사람으로부터 얻은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있다”며 “법적 절차 아래 객관적인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조 회장 성년후견 개시 심판에 고민이 컸던 것으로 알려진 조 부회장이 참가인 자격으로 의견서를 내면서 그룹 경영권 분쟁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장녀인 조 이사장과 장님인 조 부회장이 한편에 섰다. 아버지, 차남과 서로 맞서게 됐다. 

    다만 조 이사장 측은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 이후 형제, 남매간 연락을 취하지 않고 있다”며 “법원에 관련 서류를 내고 지난달 초 미국으로 돌아간 상황”이라고 전했다.

    성년후견 개시 심판과 관련해 차남인 조 사장은 관계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관심을 모은 차녀 조희원 씨는 관계인으로 법원에 의견을 냈다. 다만 법률대리인 없이 직접 제출해 어떤 입장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조 씨는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중립을 지키겠다는 의사를 회사 측에 밝힌 상태다. 그는 한 차례 연기된 조 부회장의 항소심 2차 공판에 불출석서유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경영권 승계 문제가 아니라 향후 상속재산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후견인이 지정돼도 과거 사건에 효력이 미치지 않고, 시간 외 대량 매매로 이뤄진 거래인만큼 민사소송 등 별도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 회장은 추석 연휴 직전까지 매일 출근할 뿐 아니라 운동을 즐기는 등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조 이사장 측이 의사 진단서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분 매각이 이뤄진 당시 조 회장의 건강상태까지 나쁘다고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성년후견인 선임 절차에는 가족관계증명서, 진단서, 후견인 선임신청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법원은 본인 의사를 존중하고 심문, 의사의 감정 등을 거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