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숙 의원 “창고이용료·기술문서 요구, 의료기기법 개정안 준비 중”
  • 대형병원들이 이용하는 의료기기 중간납품업체 중 상당수가 병원과 특수관계를 맺고 있어 판매사들이 이른바 ‘갑질 횡포’를 당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의료기기 판매사들로부터 피해 제보가 들어온 중간납품업체들의 지분구조를 분석한 결과, 전국 대형병원 39곳의 중간납품업체가 병원과 특수관계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는 서울대병원, 여의도성모병원을 비롯한 성모병원 9곳, 신촌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세브란스병원 3곳, 한강성심병원을 비롯한 성심병원 6곳 등이었다.

    성모병원은 설립재단인 카톨릭학원이 직접 운영하는 오페라살루따리스, 세브란스병원은 재단의 수익사업체인 연세대 연세의료용품이 간납사로 운영 중이다. 

    성심병원의 운영을 맡은 일송학원 재단은 이사장 동생이 대표로 있는 ㈜소화로부터 의료기기를 납품받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중간납품업체인 이지메디컴의 지분 6%를 보유하고 있다.

    구매대행 역할을 하는 이들 중간납품업체들은 병원과의 특수관계로 인해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지만, 의료기기제조업체 등 판매자는 대형병원에 자사의 기기를 공급하기 위해 불리한 조건의 계약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이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지적이다.

    서정숙 의원에 따르면, 대표적인 불공정 거래행위로 중간납품업체가 판매자에 창고이용료 명목의 ‘물류대행수수료’, ‘서비스이용료’를 부과하고, 의료기기의 핵심기술이 담긴 기술문서를 요구하는 등 문제가 존재한다. 

    특히 ‘간납사 갑질’의 대표 사례는 무엇보다 ‘대금 결제 지연’이었다. 

    서울대병원의 간납업체 이지메디컴은 세금계산서 발행부터 2개월 후 지급일 규정하면서도, 간납사 사정에 따라 지급일을 변경할 수 있는 계약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삼성병원 등 다수 병원의 구매를 대행하고 있는 간납사 ‘케어캠프’는 공문을 통하여 지급 기한을 일방적으로 3달로 연장해 버리기도 하는 등 갑질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정숙 의원은 “한국 대표 병원들에서 조차‘관행’이란 이름으로 아무렇지 않게 갑질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 정말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기기산업 육성과 공정한 시장 경쟁 조성을 위해서는 갑질 근절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의료기기법 개정안을 제출해 병원 특수관계인의 중간납품업체 운영 금지, 대금 지급 결제기한 강제 규정 마련하겠다. ‘의료기기 공급 보고’ 책임 전가 시 처벌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