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26명 사인 분석 ‘백신 아닌 심뇌혈관 질환 등 요인’ 26일부터 만62세 이상 접종 시작… 백신 맞는 것이 유리한 상황 김우주 교수 “식약처, 신속한 분석으로 ‘백신 공포’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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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원 기자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소위 ‘백신 공포’가 사회적으로 퍼지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도 백신 자체의 문제와 사망간 연계성은 극히 낮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고령자, 특히 만성질환을 가진 경우에는 필수적으로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정리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48명의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무조건 괜찮다’는 식의 대응은 국민 불안감을 더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령자가 백신을 맞아도 괜찮다는 과학적 증거를 당국차원에서 신속히 발표해야만 이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26일 질병관리청은 독감백신과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 62세부터 69세를 대상으로 독감백신 무료접종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고령대에 속하면서도 사회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아 반드시 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접종 기간은 12월 31일까지다.

    이로써 생애 첫 접종에 따른 생후 6개월 이상 2회 접종, 만 18세 미만 어린이·청소년과 임신부, 고령자 등 약 1900만명을 대상으로 한 2020~2021절기 국가 예방접종 사업이 모두 진행 중이다. 

    ◆ 질병청 “백신으로 인한 사망은 아냐” 결론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으로 올해 백신 접종 후 사망했다고 보고된 사례는 48건이다. 이들 중 26명의 사인을 분석 후 “인과관계는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26명 중 부검을 진행한 20명은 심혈관질환 8명, 뇌혈관질환 2명, 기타 3명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7명은 구체적인 사인 확인을 위해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부검을 하지 않은 6명 가운데 4명은 질병사와 질식사가 각각 3명, 1명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명은 유족이 부검을 원하지 않아 역학조사 중이다. 이들 6명 모두 예방접종과 인과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피해조사반장직을 수행하는 김중곤 서울의대 명예교수는 “26명의 사인을 조사했지만 독감백신 접종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안전수칙을 잘 따른다면 큰 문제없이 접종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독감백신을 접종한 뒤 7일 이내로 사망한 만65세 이상 노인 접종자가 1500여명이라는 통계도 소개했다. 

    해당 사망자 중 독감백신과 인과성이 확인된 사례는 없었다. 또 2013년 미국에서 65세~74세 독감백신 접종자 10만명당 11.3명이 접종 후 7일 내 사망한 통계 자료도 공개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올해는 독감백신에 대한 많은 이슈가 있었고, 불안감이 있어 신고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상온 노출, 백색 입자 백신과 사망도 연관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 역시 “백신은 수많은 생명을 확실하게 살릴 수 있는 과학적, 역사적으로 검증된 수단이다. 특히 계절독감은 국내에서만 매년 3000여명이 사망하는 위험한 감염병으로 백신 접종은 부작용에 비해 이익이 훨씬 크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다수 내과, 감염내과, 가정의학과 및 예방의학과 전문의들도 동의하는 입장이다. 

    대한백신학회는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계절 독감의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소아청소년과 고령자, 만성질환을 가진 면역저하자의 독감백신 접종은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백신 때문에 사망 아니더라도 ‘과학적 검증’ 필수 

    정부 조사 및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백신으로 인한 사망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방향으로 이 사태가 정리되고 있다. 현시점 고령자는 ‘백신 공포’로 주저하는 것보다 접종을 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백신을 맞아야 하는 고령자의 불안감을 없앨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인과관계가 없다는 식의 발표만 할 것이 아니라 과학적 검증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이와 관련 김우주 교수(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는 “백신 자체에서 발생한 문제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데 ‘괜찮으니 맞으세요’라는 주장은 설득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상온노출, 백색입자 등 기존 당국의 백신 관리 소홀 문제가 발생한 가운데 사망자가 나온 것이니 품질 문제에 대한 보다 정확한 분석과 발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식약처의 역할이 중요하다. 식약처는 백신 생산과 유통 등 전반적인 사항에 대한 품질보증을 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신 출하 당시 품질성적서와 현재 의원에 보관 중인 백신이 과연 동일한 수준인지, 유통과정에서 변질될 부분은 없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신속하게 분석해 공개해야 국민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교수는 “올해 백신 관련 사망자가 속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예년과 달리 상온노출 등으로 일정이 미뤄져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고령자 혈관 수축 등 문제가 존재한다고 본다. 당국이 조속한 과학적 검증을 통해 백신 공포를 없애는 것이 선결과제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