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지정타·하남 감일 2000가구중 1주택자 추첨물량 80여가구이마저도 무주택자와 경쟁, 당첨시 1주택 처분 조건에도 기회↓
  • ▲ 청약에 관심있는 수요자들이 견본주택을 둘러보고 있다.
 ⓒ 뉴데일리
    ▲ 청약에 관심있는 수요자들이 견본주택을 둘러보고 있다. ⓒ 뉴데일리
    #경기도에 사는 30대 A씨는 고민에 빠졌다. 신혼집으로 마련한 51㎡ 아파트에서 더 넓은 평형으로 이사를 가고 싶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서다. 청약시장은 1주택자라 당첨 확률이 희박하고, 살고 있는 동네 집값은 1년새 크게 올라 대출을 받아도 자금이 모자란 상황이다. 아이들이 자라서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야하는데 최근 전세난이 일어난 탓에 전세도 불가능해졌다. 주변 지인들이 청약으로 내집을 마련하는 것을 보며 차라리 집을 팔고 무주택자가 되야하나 싶지만 낮은 청약점수, 높은 경쟁률로 당첨을 보장할 수 없는 청약을 기대하기엔 두려움이 크다. 부동산 규제로 이사도 마음대로 갈 수 없게 됐다며 정부를 향한 불만만 커지는 중이다.

    수도권에 청약광풍이 불어닥치고 있지만 1주택자 소외현상은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 오랫만에 중대형 물량이 공급되며 당첨 기회가 주어졌지만 그마저도 무주택자와 경쟁체제다보니 빚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과 하남 감일 등에서 분양물량이 대거 쏟아진다. 지정타 3개블록(S4·S5·S1) 총 1698가구와 감일 마크푸르지오 496가구 등 2000가구가 넘는다.

    여기서 1주택자들이 당첨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물량은 80여가구에 불과하다. 전용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물량 가운데 무주택자 배정분(50%)을 제외하고, 남은 물량 중 무주택자 우선 배정물량(75%)을 제외한 규모(25%)만 따지면 지정타에서는 65가구, 감일 푸르지오 마크베르에서는 17가구에 그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1주택자의 당첨 확률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1주택자가 오직 청약을 넣을 수 있는 추첨제 물량마저 앞선 경쟁에서 탈락한 무주택자와 추첨으로 경합을 벌여야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1주택자들은 이번 청약은 희망고문이라며 좌절하는 분위기다. 공공분양과 달리 이번에는 청약을 넣을 수 있는 기회는 주어졌지만 당첨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청약시장 1주택자 소외현상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시작됐다. 지난 2018년 9·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주택시장을 안정시킨다는 목적으로 청약제도를 손질했다. 무주택자의 청약조정지역 내 당첨확률을 높인 반면, 1주택자는 다주택자와 같이 분류해 당첨 기회를 제한했다. 

    전용 85㎡ 초과 물량 추첨제 물량에 무주택자 비중을 대거 높이면서 1주택자의 청약시장 진입을 차단해버렸다. 분양으로 주택형을 넓히거나 지역을 이동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없애버린 셈이다.

    여기에 9억 이상 대출규모 LTV 20% 제한, 15억 이상 초과대출 금지, 다주택자 세금 강화 등 규제 수위를 높이면서 일반적인 매매거래도 어렵게 만들었다. 주택 보유시 전세대출도 받을 수 없게 만들어 자본금이 없으면 전세제도를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갭투자자를 막기 위한 수단이지만 실수요자들의 거주 이동의 자유마저 사라져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오랫만에 중대형 분양물량이 나왔지만 1주택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당첨시 현재 보유한 주택을 매각해야한다는 단서가 붙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주택자에 비해 청약 당첨문이 너무 좁은 점은 불리하다는 의견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A대학 부동산학과 전임교수는 "문재인 정권 출범 초기만해도 공정경제를 지향하며 빈부격차를 줄이려했지만 부동산 정책에서는 주택을 가진 사람 모두를 불로소득의 전형으로 분류하는 오류를 범했다"며 "1주택자 갈아타기를 막고, 최근에는 전세제도까지 손을 대 파장을 일으키는 등 실수요자 삶을 힘들게 만든 탓에 정부에 대한 신뢰는 금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