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진료 논란서 ‘삶의 질’ 확보로 인식 제고 ‘절실’절개 부위 적은 ‘최소침습 척추수술’, 고령자 회복속도 등 ‘긍정적’ 저수가 구조는 풀어야 할 숙제… 왜곡된 비급여 양산 부작용
-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 중력의 힘을 받아 같이 버텨온 척추는 자연스럽게 힘을 잃는다. 나이를 먹을수록 문제가 생기기 마련인데 ‘척추수술’만은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소위 ‘과잉 진료’의 문제점이 지난 십여 년간 계속 지적됐고, 대부분 비수술적 치료로 해결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정설로 와전되며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막무가내식의 수술은 배제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고령자의 척추수술 후 성과, 삶의 질적 측면에서 인식의 개편이 필요하다. 특히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른 ‘최소침습 수술’은 고령자에게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 낸다.최근 이재철 순천향대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본지를 통해 “척추수술의 편견을 버려야 하는 시기에 놓였다. 특히 고령자 척추수술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그간 국정감사 또는 정부 통계 등으로 척추수술 과잉의 문제가 줄곧 지적됐고, 이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며 수술을 권유하는 의사들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마땅히 해야 할 수술을 꺼리는 경향이 심해졌고, 초고령화 사회를 앞둔 현시점에도 동일한 경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반면 미국의 경우는 고령자 척추수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이 교수는 지난 2012년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척추센터에서 장기연수를 받았다. 약 8년 전인데도 척추수술에 대한 인식은 국내와 많이 달랐다.그는 “과거에는 위험부담, 합병증 문제로 인해 고령 환자가 수술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많은 부분이 변했다. 합리적 판단이 우선시되는 구조로 미국의 경우는 척추수술 건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특히 최소침습 척추수술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교수는 이 수술분야 국내 1세대로 불린다.피부를 100원짜리 동전 크기로 절개해 통증이 덜하고 회복로 빨라 고령환자도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절개 범위가 적은 만큼 시야가 제한적인 고난이도 수술 중 하나다.이 교수는 “전문가의 판단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의 증상과 난이도에 따라 다르지만,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고령자도 충분히 척추수술을 받을 수 있고 정상적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큰 장점이 있는데도 편견으로 인해 이를 피하는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저수가 체계로 만들어진 ‘왜곡’ 개선 필요척추수술은 고령화 시대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계됐다. 앞서 언급했듯 수술에 대한 인식 개편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제도적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도 많다. 보장성 강화로 인해 만들어진 저수가 체계 속에서 부작용이 양산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이 교수는 “정형외과 전문의를 따고 생활하던 90년대 초와 지금을 비교하면 수가는 역행하고 있다. 건강보험제도와 급여기준에 부합하는 수술 등 점차 기술은 발전해가는데 수가는 이에 부합하지 못하는 형태”라고 말했다.여기서 비급여 풍선효과가 발생한다는 진단이다. 현 정부는 문케어로 불리는 보장성 강화정책을 시행하며 건강보험 제도권 진입을 과제로 설정했는데, 원가이하의 수술이 이어지다보니 왜곡된 비급여 시술이 넘쳐나게 됐다는 것이다.그는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합리적으로 지출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심사와 삭감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 기준점 자체가 워낙 낮게 형성돼 최종적으로 환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일부 문제가 되는 척추병원의 경우는 급여 항목이 아닌 비급여 항목을 위주로 시술을 권고하는 행태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으며, 전문적 지식이 없는 환자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이 교수는 “신의료기술 등 새로운 치료방법이나 치료재료가 해외에서 개발돼도 국내 시장은 매력적이지 못한 곳이 됐다. 이것 역시 저수가 문제 탓이다”라고 말했다.그는 “고령화 시대에 부합하는 척추수술에 대한 인식 제고와 함께 정상적인 보장성 강화 정책, 수가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지금부터 해결해야 대응할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