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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외지주회사(SPC) 방식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 외국기업 절반이 상장 폐지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역외지주사 투자 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역외지주사는 제공하는 정보가 제한적으로, 재무상황을 잘못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자금 미회수 위험 등의 공시가 부족하다.
외국기업의 국내 주식시장 상장 방식은 크게 역외지주사 주식 상장, 고유사업 영위 회사 주식·예탁증서 상장이 있다.
역외지주사 주식 상장은 본국 상장이 어려운 중·소 규모의 기업들이 해외에 설립한 역외지주사(SPC)의 주식을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방식이다.
고유사업 영위 회사 주식·예탁증서 상장은 미국, 일본 등지에서 고유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들의 주식 또는 예탁증서를 국내에 직접 상장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중국 중소기업의 경우 홍콩에 역외지주사를 설립한 뒤 이 지주사를 한국 증시에 상장해 유상증자하거나 전환사채(CB)를 발행할 수 있다고 예시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조달한 자금은 중국 내 사업회사로 보내 활용된다.
반면 투자자들은 사업회사의 우량한 실적만 보고 역외지주사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 상장됐던 한 역외지주사는 연결 재무제표상으로 자기자본이 5000억원 이상인 우량 회사로 보였지만 자체 상환능력은 거의 없었고, 250억원의 사채를 갚지 못해 상장폐지 됐다.
법령상 역외지주사는 본국 사업회사를 포함한 연결재무제표 외에 별도재무제표를 공시할 의무가 없어 투자자들은 자체 수익구조, 유동자산 현황 등 상환능력을 파악하기 어렵다.
연결재무제표상 본국 사업회사의 우량한 실적에 따른 착시로 역외지주사의 재무 상황을 잘못 판단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2007년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외국기업은 총 36개사로, 이중 25개사는 역외지주사 주식을, 11개사는 고유사업 영위 회사 주식/예탁증서를 상장했다.
이후 총 14개사가 상장폐지돼 현재 22개사가 상장유지 중이며, 상장폐지 기업 중 12개사가 중국기업의 역외지주사로 집계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역외지주사가 국내에서 발행한 사채의 이자 지급 및 상환 등을 위해 본국 사업자회사로부터 외화를 조달하는 경우 예상되는 본국의 외환거래 관련 규제 위험 등에 대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