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투자, 펀드와 ETF 중심으로 확대…7월말 국내 ESG 펀드 순자산 규모 4618억원 평균적 ESG 수준 일반 펀드와 유사, ESG 액티브펀드 간 포트폴리오 점수차도 두배 자본硏 "ESG 성과 가늠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공시 체계 마련 해야"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글로벌 트렌드로 떠오르는 가운데 국내 ESG 펀드 상당수가 일반 주식형 펀드와 차별점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ESG 펀드에 특화된 공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투명성, 신뢰성 확보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전세계 ESG 투자 규모는 2016~2018년 사이 34.3% 성장했다. 올해 6월 기준 글로벌 ESG 자산은 40조5000억달러로 2016년(약 23조달러)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위험)를 평가하는 기준이다. ESG 요소를 활용한 자산운용은 개별 기업을 단독 투자로 고려하는 것보다 펀드와 ETF(상장지수펀드) 형식으로 투자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국내 ESG 펀드의 현황 및 특징 분석'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국내 ESG 펀드는 총 41개로 순자산 규모는 4618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ESG ETF의 포트폴리오와 대표 시장지수 추종 ETF인 KODEX200과 비교한 결과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운용스타일을 살펴보면 'ARIRANG ESG 우수기업'과 'FOCUS ESG Leaders150'을 제외하고 모든 펀드가 대형주에 92% 이상 투자했다.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의 운용방식과도 큰 차이가 없었다. 국내 ESG펀드 18개는 일반펀드(272개 대상)와 마찬가지로 총 자산의 60% 이상이 대형주에 편중됐다. 적은 수의 종목을 보유하면서 대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일반 주식형 펀드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ESG 액티브펀드 간 포트폴리오 ESG 점수차가 최대 두 배 이상 발생하기도 했다. 절반 이상의 ESG 펀드들이 포트폴리오 ESG 점수가 50점 이상으로 나타났지만, 일부 펀드는 30점 이하의 매우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현재 국내 ESG 액티브 펀드들의 투자설명서에는 ESG 요인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ESG 투자 원칙에 따라 종목을 선별하는지,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의 ESG 준수 현황은 어떠한지, 투자대상의 ESG 수준을 측정하는 데 사용된 방법론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정보는 충분히 공개하고 있지 않다. 

    박혜진 연구위원은 "투자설명서에 공개되는 정보만으로 투자자들이 스스로 펀드의 ESG 수준을 가늠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그린워싱(greenwashing)과 같이 실제 ESG 투자원칙에 따라 운용되지 않음에도 ESG 투자를 하는 것처럼 표방하는 상품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주요국 정부와 규제기관의 경우 ESG 관련 금융상품에 대한 투명성, 신뢰성 확보를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18년 5월 발표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지속가능금융에 대한 행동계획'에 따르면 투자목표에 환경, 사회,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고 명시한 금융상품은 투자계약 전 공시 자료에 해당 기준이 어떻게 충족되는지 공시해야 한다.

    이 외에도 자율 공시로서 협회나 비영리단체에서 ESG 펀드에 특화된 공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거나, 금융회사에서 자발적으로 ESG 펀드에 대한 추가적인 보고 체계를 구축한 사례도 있다.

    박 연구위원은 "펀드의 ESG 수준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를 선정해 투자설명서 상에 공시하도록 한다면 투자자들이 ESG 펀드의 질적인 차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정 요건을 갖춘 펀드들에 대해 ESG 펀드로 인증(labeling)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