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1조8천억 투입해 인수 추진채권단, 한진그룹과 8천억 투자계약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도 단계적 통합독과점 우려·노조 반발 등 과제도 수두룩
  • ▲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 공식화.ⓒ연합뉴스
    ▲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 공식화.ⓒ연합뉴스
    정부와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추진을 공식화했다.

    대한항공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총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 산은은 보통주와 교환사채를 통해 한진그룹에 8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신주(1조5000억원)와 영구채(3000억원) 인수에 총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 최대 주주가 된다.

    두 항공사가 보유한 저비용항공사(LCC)도 단계적으로 통합절차를 밟는다.

    정부는 16일 오전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산경장)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와 아시아나항공 채권은행인 산은, 한국수출입은행이 참석했다.

    정부는 세계 항공산업 경쟁 심화는 물론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장기화로 말미암아 항공업 구조재편 없이는 국적항공사의 경영정상화가 불확실하다는 태도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중국·일본 등 인구 1억명 이상 국가와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 나라가 1국가 1국적항공사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며 "이번 통합으로 탄생할 국적항공사는 세계 항공산업 내 톱10 수준의 위상과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지난해 여객·화물 운송실적을 기준으로 대한항공은 19위, 아시아나항공은 29위다. 인수·합병(M&A)이 이뤄지면 단순 합산으로 세계 7위 수준의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국제여객 수송 기준으로는 10위, 국제화물 수송 기준으로는 캐세이퍼시픽을 제치고 3위에 오른다. 1988년 아시아나항공 창립 이후 32년간 이어진 국내 항공업계 양강 체제는 대한항공의 독주 체제로 변하게 된다.

    산은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업계 종사자가 겪는 어려움을 고려해 통합을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며 "통합과정과 통합 이후 예상되는 고용안정, 소비자 편익 등의 현안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르면 6개월, 늦어도 내년 연말까지는 인수계약이 종료될 수 있을 거로 본다. 대한항공은 이번 주 안에 인수의향서를 아시아나항공에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통합이 이뤄지면 인천국제공항 슬롯(시간당 항공기 운항가능 횟수) 점유율 확대를 바탕으로 세계적 항공사와의 조인트벤처(JV) 확대, 신규노선 개발, 환승수요 유치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견해다. 노선 운영 합리화나 운영비용 절감, 이자비용 축소 등 통합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특정 요일과 시간대 몰렸던 운항일정표를 조정하고 노선을 확대하면 소비자 편익이 증대될 것"이라며 "일각에서 운임 인상 등의 피해를 우려하지만, 상한선이 있는 데다 외항사와의 경쟁도 고려해야 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일부 독점 노선에 대해선 정부가 노선배분 등을 통해 적극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 ▲ LCC.ⓒ연합뉴스
    ▲ LCC.ⓒ연합뉴스
    통합이 이뤄지면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두 항공사가 보유한 LCC 3사도 단계적으로 통합이 추진된다. 김 실장은 "통합 형태나 방법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이 먼저 이뤄진 후 구체화될 것"이라며 "인수·합병 후 통합관리(PMI)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검토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형항공사(FSC)는 인천공항을 기반으로 하겠지만, LCC는 지방공항을 베이스로 세컨드 허브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며 "대한항공과 채권단이 구체적인 통합안을 검토할 때 피인수기업의 연고지역에 대한 고려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은은 대한항공의 책임·윤리 경영을 위해 독립된 경영평가·윤리경영위원회 등을 둔다는 방침이다. 김 실장은 "(갑질 등) 대한항공의 오너 리스크가 국민에게 안 좋게 남아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그런 문제가 생기면 기업 이미지와 경영활동에 지장을 줄 거로 생각한다. 산은은 윤리·책임경영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영진에 책임을 묻는 장치를 마련하기로 대한항공과 따로 합의했다"면서 "윤리경영위원회의 경우 외부인 위원장을 포함해 5~7인으로 구성하며 외부인력이 과반이 되도록 해 독립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국적 FSC의 통합을 천명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난관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과 한진칼 지분을 확보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반대 등이 통합과정에서 걸림돌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