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위 "근본적 검토 필요"…백지화 여부 김장관 손에그동안 정치인 아닌 장관으로 대응…"직원들 믿어줘야"
  • ▲ 김해공항에서 이륙하고 민항기.ⓒ연합뉴스
    ▲ 김해공항에서 이륙하고 민항기.ⓒ연합뉴스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한 정부 방침이 4년 만에 백지화될 공산이 커졌다.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지난 17일 검증결과를 발표하며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이 상당부분 보완이 필요해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번 결론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 발표돼 많은 사업비가 투입되는 국책사업이 경제성이나 이용객 편의보다 정치논리로 정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다만 검증위원장인 김수삼 성균관대 대학원 석좌교수는 이날 설명에서 "검증위가 (김해신공항 사업을) 하라, 말라 할 권한은 없다"며 "정부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칼자루는 정부가 쥐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항공대 김병종 교수는 "대형 국책사업 의사결정은 정부에 권한이 있다"며 "전문가는 보고서를 통해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것이고 어차피 결정은 사회적·정치적 절차를 거쳐 이뤄지게 된다"고 말했다. 항공전문가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결정이 달라지며 30년 가까이 시간을 끈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이제 공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넘어갔다. 얼핏 김 장관에겐 선택지가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지난해 6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3개 단체장과 검증결과를 따르기로 한 합의문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국토부가 검증결과 발표후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검증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도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김 검증위원장 말을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김 장관에겐 다른 선택지가 보인다. 검증위는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해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백지화하라고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국토부로선 검증위 의견대로 비행 절차와 소음 대책을 보완하고 미래 수요에 대비해 확장성을 고려하는 방안으로 기본계획을 수정할 수 있을 것이다. 국토부가 김해신공항을 포기하고 부울경 주장대로 가덕도 신공항안을 추진해도 이미 불거진 지역갈등의 문제는 말끔히 봉합되지 않는다. 되레 국토부로선 잃는게 많다. 컨트롤타워(지휘부)로서의 위상을 잃고 정책 신뢰도에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책사업이라도 지방자치단체가 떼쓰면 된다는 나쁜 선례도 남기게 된다.

    관건은 김 장관의 의지다. 정치인 출신으로서 김 장관은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앞으로의 선거 일정이나 여당의 분위기를 무시하긴 쉽지 않을 게다. 그러나 현재 김 장관의 직분은 국토부 장관 타이틀을 쥔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인 출신 장관이다. 장관으로서 정치인 다운 강단을 보일 때인 것이다.

    그동안 김 장관은 '장관'으로서 부울경 단체장과 협의해왔다. 그가 '여당 정치인'으로서 직무를 봤다면 김해신공항 사태가 이 지경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김 장관은 그동안 이 문제에 있어 직원들인 '늘공'(직업 공무원) 편이었다. 2018년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오거돈 당시 부산시장 당선인이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오 당선자가 후보 시절부터 언급했던 부분이라 내부적으로 검토했으나 현재로선 위치 변경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필요하면 오 당선자를) 만나 이해하도록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지금 김 장관에게 필요한 것은 변함없이 직원들을 믿어주는 것이다. 그게 조직의 리더가 할 일이다. 지금 김현미는 국토부 장관이다.
  • ▲ 김현미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 김현미 국토부 장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