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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하던 한국타이어家 승계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아버지 조양래 회장의 건강이상설을 제기하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재차 중심에 섰다.
이전과 달라진 점은 조 이사장의 주요 타깃이 조 회장에서 동생인 조현범 사장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달 초 귀국한 조 이사장은 지난 25일 성년후견인 심판과 관련 서울가정법원에서 가사 조사를 받은 뒤 대리인을 통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아버지인 조양래 회장은 합리적이고 정도경영을 했던 것에 비해 조현범 사장은 부도덕하고 독단적이라는 것이다.
조 이사장은 “아버님은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분이셨으며, 가정에서는 가정의 화합을, 회사에서는 준법과 정도경영을 강조하셨던 분”이라며 “이러한 아버님의 신념과 철학이 무너지는 결정과 불합리한 의사소통이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비밀리에 조현범 사장에게 주식을 매매하는 방식으로 승계가 갑자기 이뤄졌다”고 말했다.
미국에 있을 때 국내 한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주장했던 '비밀 승계'의 연장선이다.
이어 “후계자가 된 조현범 사장의 부도덕한 비리와 잘못된 경영판단은 회사에 금전적 손실은 물론 한국타이어가 쌓아온 신뢰와 평판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이 배임 수재 혐의로 최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것과 지주사 사명 변경 관련해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항고 중인 상황을 겨냥한 발언이다.
지난 7월30일 '한정 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면서 냈던 입장문과는 사뭇 기류가 달라졌다.
당시 조 이사장은 아버지인 조양래 회장이 정신적으로 건강한지 의구심이 들어, 의학적 소견을 토대로 객관적인 판단을 받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조 회장의 건강은 큰 이상이 없다는게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실제로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조양래 회장은 매일 출근하고 있으며, 임원들과 식사 및 회의를 할 정도로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달 귀국한 뒤 아버지를 만난 조 이사장은 측근들에게 “4월에 봤을때와 별 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며 묘한 뉘앙스의 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언급이 외관상으로 조 회장이 여전히 건강하다는 의미인지, 이전에 봤을때 이미 문제가 있었는데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의미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갖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사정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조 이사장이 부친 건강이상설 제기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추론도 한다.
롯데의 故 신격호 명예회장처럼 정신적으로 건강에 문제가 있는지 육안으로 쉽게 구별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의학적으로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검사 및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한 것이기에 섣부른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엇갈린다.
조현식 부회장과 조 이사장간 공조도 균열의 틈이 보인다.
사명변경과 배임횡령 등의 부도덕한 처사 관련에는 모두 조 부회장도 연루가 되어 있다. 전문경영인에 방점을 두고 있는 조 이사장과 직접 경영의지를 보이는 조 부회장 간의 간극도 크다.조 이사장은 그간 경영권에 관심이 없고 사회공헌 및 환원에 대한 신념과 가치가 지켜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본인 기부 활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조양래 회장은 2004년부터 222억원을 기부하며, 여러가지 사회공헌활동을 실천해왔다. 같은 기간 조 이사장은 11억원을 기부하는데 그쳤다.
한편 최근 소송리스크를 떨친 조현범 사장은 전날 사업지주 대표로 복귀하면서 경영승계 공고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