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브로커리지 수익 급증했지만 성장성 낮아질 가능성 커증권업계, 올해 새판짜기 통해 WM 디지털 경쟁력 확보 사활안정적 수익원 IB 부문 중요성도 강조…조직개편·인사 힘실어 신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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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증시 호황으로 인한 브로커리지 수익으로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한 증권업계가 올해는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분주한 모습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언택트 시대에 발맞춘 디지털 자산관리(WM)는 물론 투자은행(IB) 등 각 업체만의 핵심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앞다퉈 세우고 있다. 

    지난해 증권업계는 코로나19 이후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증시가 고공행진하면서 브로커리지 수익이 급증했다. 올해까지는 넘치는 유동성으로 브로커리지 비지니스의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반면 장기적으로 볼 때 브로커리지 수수료는 앞으로도 계속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는 브로커리지 사업 강화와 동시에 IB와 개인 자산관리, 특히 디지털을 활용한 자산관리를 장기적인 고성장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다. 

    내년 새판짜기만 봐도 증권업계는 자산관리, 그중에서도 특히 디지털을 활용한 자산관리에 방점을 두고 있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맞물려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되면 증권사들의 디지털 플랫폼 수준에 따라 경쟁력이 극명히 갈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디지털 채널 확장과 비대면 고객유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WM디지털사업부'를 신설했다. 기존 WM사업부는 5개 지역본부를 4개 지역본부로 재편하고 영업점 대형화 및 PB화 진행으로 소외될 수 있는 고객들에 대한 전담 자산관리서비스를 담당할 고객지원본부를 신설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디지털플랫폼본부를 새롭게 출범했다. 기존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eBiz본부의 기획·개발 조직과 모바일투자(Mobile Investment)부를 통합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혁신 사업영역을 발굴과 리스크 관리를 통한 신뢰성 제고에 나선다는 목표다.

    미래에셋대우는 온라인 자산관리 전문 조직인 디지털자산관리센터를 신설했다. WM영업부문 산하였던 WM마케팅본부와 VIP솔루션본부를 WM총괄직할본부로 옮겼다. 그간 미래에셋대우는 전사 디지털 전환을 통한 고객 편의성과 직원 업무 효율을 목표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해왔다. 지난 2017년 국내 처음으로 디지털 관련 독립 조직을 만든 이후 지속적으로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올해 상반기 인공지능(AI) 기반의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언택트 시대에 적합한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를 통해 플랫폼을 통해 고객 생애주기에 맞는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로보어드바이저가 투자자의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투자방법과 포트폴리오를 제안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함으로써 고객에게 성공경험을 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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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주요 증권사들은 장기적인 미래 성장성 확보 측면에서 IB 부문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IB는 브로커리지나 트레이딩과 달리 증시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아 안정적인 수익처로 꼽힌다.

    지난 2019년만 해도 증권업계 화두이자 그해 두드러진 실적 개선의 견인차는 IB였다. 지난해 코로나로 인한 돌발 변수로 인해 상대적으로 브로커리지가 주목받으며 주춤한 듯했지만 여전히 IB는 증권사 실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국내 증권사 IB부문 수수료는 1조91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4.9% 늘었다. 기업공개(IPO)로 주식 발행규모가 커지면서 인수·주선 수수료도 23.8% 증가했다.

    NH투자증권은 IB1사업부 산하 투자금융본부 내 신기술금융투자부를 신설, 모험자본 공급 및 투자를 동반한 IB 서비스를 확대했다. IB2사업부 내에는 대체자산투자본부를 신설하고, 본부 산하에 IB 크레딧지원부와 대체자산투자부를 편제해 대체자산투자 전문성 및 리스크관리 역량을 강화했다.

    미래에셋대우는 강성범 IB1부문대표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IB에 대한 조직 위상을 높이는 신년 인사를 단행했다. 또한 IB 부문을 기존 3개 부문에서 기업금융과 부동산금융의 2개 부문으로 재편해 조직 효율성을 높이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IB그룹을 신설해 리서치센터 5개 부서를 3개 부서로 통합하고 남은 인력을 IB 부서에 배치했다. 또 기존 3개로 분리돼 있는 IB본부 위에 IB그룹을 두고, PF본부와 대체투자본부를 PF그룹으로 함께 묶어 시너지 창출을 추진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올해 신규 상장업체 풀을 확대 및 성장성 높은 프리 IPO 투자도 병행할 예정이다. 우량기업 거래규모를 확대하는 등 외형 확대로 회사채 기준 리그테이블 5위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국내 중소형 인프라 개발 사업 추진 등 M&A·인프라금융 성장기반을 확보해 향후 신사업 영역에서의 역량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IB 부문 등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를 위해 그간 힘써왔다"다면서 "그 결과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악화된 영업환경 속에서도 회사채 인수주선 및 부동산 금융의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사들도 IB 강화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IB 부문을 확대하고 지원조직 전문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IB사업본부 내 기업금융실과 주식자본시장(ECM)실을 재편해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교보증권도 IB 부문과 구조화투자금융 부문 시너지 강화를 위해 IB부문으로 통합 개편했고, 임정규 IB부문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역시 증시 호황이 점쳐지는 만큼 언택트 시대에 걸맞은 WM 부문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두는 분위기"라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코로나 이전 증권업계 호황을 이끈 IB 부문을 공고히 해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