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정책실장 'AI 국민배당금' 발언 파문 확산"기업 초과 이윤 나누자" 발언에 코스피 5% 급락15년 전 '이익공유제'에 이건희 회장 "공산주의냐" 직격이재명 정부, 자유경제시장 근간 흔드는 도박 중단해야
  • ▲ 故 이건희 회장이 2011년 3월 10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정례회에 참석해 취재진들에게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연합
    ▲ 故 이건희 회장이 2011년 3월 10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정례회에 참석해 취재진들에게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연합
    "이익공유제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 

    2011년 3월 10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이명박 정부의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내세운 '초과이익공유제'를 향해 이같이 직격했다. 

    재계를 대표해 "근거도 없는 반(反)시장적 발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던 그의 경고로부터 15년이 지났다.

    그리고 2026년 대한민국, '정운찬표 '초과이익공유제'는 'AI 국민배당금'이라는 더 기괴한 형태로 돌아왔다.

    ◆ 기업이 반도체로 번 이익이 '공공재'?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재명 정부의 최고 핵심 실세다. 경제부총리보다 국가 경제 정책 결정에 더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고 이 대통령의 국가 운영 철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사다.

    그런 그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칭 'AI 국민배당금'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AI 인프라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초과 이윤'을 전국민에게 환원하자는 취지다. 

    논리는 단순한 것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매우 위험한 발상이란 것을 금새 알 수 있다.

    김 실장의 주장을 살펴보면 AI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 만의 것이 아니라 국민이 쌓아 온 기반 위에서 나왔으니 그 이익의 일부를 사회적으로 제도화해 분배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노르웨이의 석유 수익 모델을 예로 들었지만 자연 자원과 기업의 기술 혁신 이익을 동일 선상에 놓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다. 

    무엇보다 기업의 이익에 '초과'라는 딱지를 붙여 환수하겠다는 발상은 15년 전 이건희 회장이 우려했던 "공산당 마인드"와 하등 다를 바 없다. 

    ◆ 8000까지 1포인트 남기고 … '국민배당금' 발언에 코스피 발작

    정부의 설익은 '배당' 소리에 시장은 즉각 '셀 코리아(Sell Korea)'로 화답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AI 국민배당금이 본격적으로 언급된 지난 12일 당일 코스피 시장에서 하루만에 5조 6090억 원에 달하는 매도 폭탄을 투하했다. 

    특히 국민배당금의 재원이 될 것으로 지목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거센 매도세가 몰렸다.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초과이윤 환원'이라는 과격한 정책은 사실상 횡재세를 넘어선 '수탈'로 읽혔고 고스란히 주가에 반영됐다. 

    코스피가 8000선을 단 1포인트 두고 7999에서 고꾸라지며 외인이 던지기에 나선 배경에는 한국이 기업 하기에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배급의 나라'가 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 노조, 중국인 이어 정부까지 … '파리' 꼬이는 삼전

    논란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초과세수를 효율적으로 쓰자는 뜻이지 기업 이익을 직접 뺏겠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옹호한다.

    하지만 김 실장의 글을 뜯어보면 '초과 이윤'이라는 단어만 8차례 등장한다. AI 시대의 이윤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는 'K자 격차'를 막기 위해 이윤의 일부를 '체제 유지 비용'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명백한 말장난이다. 초과세수는 결국 기업의 이익에서 나온다. 기업의 재투자 재원을 국가가 '국민배당'이라는 이름으로 가로채는 순간 한국의 AI 경쟁력은 짓눌릴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노조가 이익의 15% 상한 폐지를 요구하며 파업의 깃발을 올린 상황에서, 정부마저 '이익 쪼개기'를 들고나오는 것은 사방에서 기업의 목을 조르는 행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서 현지 채용인들마저 성과급 인상을 요구하는 마당에 정부가 방파제 역할은 커녕 오히려 숟가락을 얹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 쿠폰 이어 배급제 … 사유재산권 근간 흔든다

    김 실장의 "국가가 먼저 고민하고 토론하며 만들어내는 모델이 나중에 AI 시대 국가들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라는 자아도취적 문구는 공허하다. 

    사유재산권의 근간을 흔들면서까지 '세계 최초'를 꿈꾸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다.

    이건희 회장은 15년 전 "이익공유제는 경제학 책에도 없고 누가 만들어 낸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 경고를 무시하고 탄생한 'AI 국민배당'은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우고 겨우 진정된 환율은 또다시 1500원대로 몰아세우고 있다. 

    정부가 기업의 주머니를 털어 국민에게 '푼돈'을 쥐여주려 할 때 그 기업의 주식을 든 국민의 자산은 수조 원씩 증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청구서는 국민과 기업이 부담하는 이 위험한 '배급 놀이'를 당장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