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등 발생시 경영자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이하 벌금법인, 50억 이하 벌금·5배 징벌적 손배… 50인 미만 3년간 유예勞 "5인 미만 제외 안돼"… 使 "기업 공포감에 투자 주저"전문가 "산업안전 강화 중요… 부작용 고려 신중히 접근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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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나 대형사고가 났을 때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8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문재인 정부가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을 위해 밀어붙였던 최저임금 인상 논란과 판박이라는 견해다.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논의나 공감대 형성은 실종됐고, 노사의 대립각 속에 국회가 공익위원을 자처하며 강행처리했다는 것이다.이날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중대재해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망사고 등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등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은 50억원 이하 벌금을 물게 된다. 법인은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도 진다.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중소벤처기업부의 요청이 받아들여져 5인 미만 사업장은 처벌대상에서 빠졌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간 유예기간을 뒀다.노사는 모두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계는 전체 재해 사망의 20%가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다며 반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전날 해당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소위를 통과하자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될수록 원안보다 후퇴한다"면서 "고용·임금·복지 등 노동 조건에서 차별을 받는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가 죽음마저도 차별을 당할 처지에 내몰렸다"고 성토했다. 민주노총은 경영 책임자의 벌금형 하한선을 없애는 등 처벌 강도를 낮추고 건설공사 발주자와 사업 인허가 권한을 쥔 공무원 처벌 조항 등을 삭제한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경영계는 처벌 수위가 높은 데도 처벌의 근거가 되는 '안전 보건 확보 의무 조치'가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며 기업 옥죄기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입장문에서 "정치적 고려만을 우선시해 경영계가 요청한 사항을 대부분 반영하지 않고 법안을 의결했다"며 "참담함과 좌절감을 느낀다"고 했다. 경총은 "법인에 대한 벌칙 수준이 과도하고 선량한 관리자도 면책하지 않는다"면서 "현실적으로 지킬 수 없는 의무를 부과한 후 사고가 나면 중한 형벌을 부여해 기업을 공포감에 떨게 한다"고 토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논평을 통해 "경제와 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명확성과 책임주의 원칙에도 어긋날 수 있는 법안을 성급히 처리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강력한 기업 처벌로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기업도 한국에 대한 투자를 주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중소기업계도 불만을 표출했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논평에서 "인적·재정적 여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 가혹한 법"이라며 "50인 이상 중소기업도 산업안전 실태가 열악한 점을 고려해 적어도 2년 이상의 준비 기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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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문가들은 산업안전을 강화하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법안이 안전 강화보다는 처벌을 위한 처벌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산업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는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다만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 개별적인 사안을 구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는데 포괄적인 형사처벌 강화로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법안은 처벌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아닌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처벌하는 내용인데 안전을 강화하는 요소는 무엇이고 그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어떻게 된다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나 경영진이 책임지는 방식이 꼭 처벌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자칫 여건이 열악한 곳은 (재수가 없으면) 처벌로 때운다는 생각으로 위험요소만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문재인 정부 들어 여러 부작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충분한 논의나 대안없이 각종 규제를 남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우리나라 산업재해 발생이 좀 높은 것은 맞지만,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면서 "재해발생 요인에는 안전인식과 투자 부족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제조업 비중이 높은 측면도 있다. 이런 부분을 고려치않고 한가지 관점(기업 옥죄기)에서만 규제를 양산하면 좋은 뜻으로 시작해도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재해 특성상 노력한다고 완전히 없어지는 게 아니다. 경영자들이 사업하기 힘들게 규제만 쏟아내면 결국 제조업을 회피하거나 자동화 또는 해외이전 등의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고용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면서 "안전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지원을 더 많이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 교수는 이번 논란이 현 정부 들어 밀어붙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의 연장선에 있다고 부연했다. 한마디로 신중한 접근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52시간제 도입 때와 같이 규제입법을 만들며 경영계 의견은 무시한 채 국회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모양새"라며 "이해당사자나 규제에 따른 부작용 등은 고려하지 않고 이념에 사로잡혀 무리한 법안이 양산되고 있다. 나중에 부작용이 나와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질타했다.이 교수는 "주52시간 도입 때도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이 많다고만 얘기하지 다른 나라의 예외조항이나 노동 경직성을 줄이려는 다양한 제도는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많은 선진국에서 청소년과 노인에게는 다른 임금제도를 적용한다든지, 다양한 이해를 반영하려는 노력은 빠진 채 획일적이고 과격하게 밀어붙였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중대재해가 발생하길 바라거나 의도하는 경영자가 어디 있겠느냐. 우리나라 중대재해는 많이 줄어드는 추세다"며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중대재해가 어떻게 생기는지, 원인은 무엇인지 등을 따져보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이 부분을 계속 생략하고 있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