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아우성경제단체 대응 한계 1개 행위에 2개 이상의 죄… 고의적 강력범 수준 처벌
  • ▲ 아파트 건설 현장ⓒ연합뉴스
    ▲ 아파트 건설 현장ⓒ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경제계가 합심해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탓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27일 오후 중대재해법 입법 영향 대응 세미나를 개최한다. 전경련은 그동안 중대재해법의 모순점을 수차례 주장하면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해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날인 26일 새해 바뀐 노동관계법 대응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서도 중대재해법은 가장 주목받는 안건으로 다뤄졌다. 강연에 나선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기업 대응만으로는 중대재해법에 대비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법에 규정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성실히 실천하더라도 재해가 발생하면 처벌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경제계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급증한 사법 리스크에 대응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월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도 아직 현장적응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대재해법까지 대응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우리 경제와 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법률을 명확성·책임주의 등 법 원칙 위배 소지를 분명히 하지 않은 채 너무 성급히 처리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법이 기존의 산안법과 맞물려 이중처벌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산안법은 수사 전문성을 위해 근로감독감이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전담하도록 하고 있는데, 중대재해법은 별다른 규정이 없어 일반 경찰이 수사를 맡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업장에서 사망 재해가 발생할 경우 근로감독관은 산안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경찰은 중대재해법을 수사하게 된다. 이럴 경우 한차례 사고로 사업주와 보건안전 책임자는 2기관에 따로 조사를 받고 각각 기소될 수 있다. 이를 상상적 경합범이라고 하는데 이는 고의성이 짙은 강력범죄에 주로 적용되는 법리다.

    상상적 경합범의 경우 형법 40조에 따라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한 형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 지식을 갖춘 근로감독관 판단으로 죄가 성립되지 않더라도 경찰이 기소한다면 형사처벌 받을 수도 있다.
  • ▲ 중대재해법 국회 본회의 통과ⓒ연합뉴스
    ▲ 중대재해법 국회 본회의 통과ⓒ연합뉴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사법 리스크는 상존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원청과 하청을 모두 처벌한다는 명목으로 제품 하나를 생산하는 모든 기업이 다 수사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법 9조에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생산·제조·판매·유통 중 모든 제조물의 설계·제조를 관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자동차가 브레이크 결함으로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브레이크 제조사는 물론 완성차 경영자, 판매 영업점 모두가 처벌 대상이다.

    과도한 처벌수위가 광범위한 책임소재 논란에도 경영계는 이렇다 할 방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김동욱 변호사는 "정부는 하루속히 하위법령을 마련해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기업들이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혼란에 어떤 경우에 처벌받는지, 또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국내 10대 로펌은 컴플라이언스 구축, 형사 리스크 진단, 보건안전 체크리스트 등 맞춤형 노무 정보를 제공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하고 있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정부의 하위법령 제정까지 기다리다간 대비에 실기할 수 있으므로 하루빨리 산업안전 컴플라이언스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