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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예고편인가.
국회가 최근 사망사고 등이 발생한 산재기업의 최고경영자 소환을 추진하면서 관련 기업들이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CEO급 증인 채택이 유력한 상황에서 누가 불려갈 지 출석 대상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재계 안팎에서는 국회가 시행도 안한 중대재해법을 앞두고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선거용 군기잡기가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오는 16일 열리는 상임위 전체회의에 현대차와 포스코, GS건설 등 10여개 대기업의 CEO를 증인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이례적으로 야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여당인 민주당도 동조하는 모양새다.
대상기업은 현대차, 포스코 외 건설사, 택배사 등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사망사고가 발생한 곳들이 포함됐다.
아직 출석대상자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고경영자를 염두에 뒀다는 설이 파다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 등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고 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달 8일 국회를 통과했으며, 시행 시기는 1년 뒤인 내년 1월 8일부터다.
법안 시행도 전에 CEO 소환 가능성이 제기되자 해당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재계는 기업인 소환을 정치권이 오는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등 광역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반기업 정서를 이용해 표심을 자극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예년과 같이 기업인들을 국회로 불러 호통치는 모습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장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마음 아파하는 사람이 CEO들"이라며 "여러 안전 대책을 마련해 잘해보려는 기업에게 이런 식의 소환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행태는 시행도 안된 법을 두고 사전 소급적용하려는 것과 같다"며 "날로 옥죄는 통에 기업인들이 마음놓고 경영을 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대재해법 시행에 앞서 현대차와 포스코 모두 안전 제일주의를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주 열린 현대차 이사회에서 "앞으로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바로 이사회에 보고하겠다"며 "사고 배경, 상황 및 대책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알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정우 회장 또한 지난 3일 열린 그룹 운영회의에서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작업 지시를 받거나, 신체적 혹은 정서적 요인으로 인해 일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으면 작업자들은 이에 대한 거부를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조치를 취하느라 생산이 미달되는 것은 앞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포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