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박정구 회장 아들 박철완 상무, 독자행동정기주총서 이사 선임 등 경영권 분쟁 본격화박찬구 회장 측 "관련법령에 따라 신중히 대처할 것"
  • ▲ 서울 중구 소재 금호석유화학 본사. ⓒ권창회 기자
    ▲ 서울 중구 소재 금호석유화학 본사. ⓒ권창회 기자
    금호석유화학그룹이 박찬구 회장과 조카인 박철완 상무의 지분 관계에 잡음이 발생했다. 친족간 경영권 분쟁이 또 다시 불거졌다. 박 상무가 박 회장과의 '특수관계'에서 이탈하겠다고 선언하고 경영진 교체 등을 요구하자, 박 회장 측은 "비상식적인 요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박 상무는 공시를 통해 "기존 대표 보고자(박찬구 회장)와의 지분 공동 보유와 특수관계를 해소한다"고 밝혔다.

    박 상무는 해당 공시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54조 제1항 중 제1호(이사 및 감사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정지)와 관련, 상법에 따른 주주제안권의 행사 기타 관계 법령 등에서 허용하는 범위 및 방법에 따라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박 상무는 금호그룹 3대 회장인 故박정구 회장의 아들로, 박 회장의 조카다. 지금까지 두 사람은 특수관계인으로 묶여 있었다.

    박 상무는 금호석유화학그룹의 지분을 10% 보유한 최대주주다. 박 회장은 6.69%를 보유하고 있으며 박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전무가 7.17%, 딸 박주형 상무가 0.98%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박 상무가 삼촌인 박 회장과 결별하고 사실상 독자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그룹 인사에서 박 전무는 승진한 반면 박 상무는 승진하지 못하면서 균열조짐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2010년 부장에서 상무보로 함께 승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 경영권에 관심을 갖고 있던 박 상무가 아시아나항공이 한진그룹으로 매각되면서 금호석유화학 경영권에 뛰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박 상무와 박 회장 간의 지분 싸움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 상무가 주총에서 최근 금호석유화학 지분 3~4%를 사들인 중견건설사 아이에스동서와 연합해 이사 선임·해임 등을 두고 박 회장 측과 표 대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박 회장 측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2020년 12월 말 기준 당시 대주주 특수관계인이자 현재 사내임원으로 재직 중인 박 상무로부터 사외이사, 감사 추천 및 배당 확대 등의 주주제안을 받은 바 있다"며 "주주제안의 내용 및 최근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다음 관계 법령에 따라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금호석유화학은 코로나19의 어려운 사회적, 경제적 여건에도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주가 반영을 통해 주주의 가치 극대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주주제안을 명분으로 사전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현 경영진의 변경과 과다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회장 측은 "주주제안을 경영권 분쟁으로 조장하며 단기적인 주가 상승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시도하는 볼온한 세력의 움직임에 동요하지 않기를 우선 주주들에게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내임원인 박 상무가 일반 주주로서 주주제안으로 요청한 내용을 회사와 경영진은 구체적으로 검토해 신중하게 대처하겠다"며 "경영안정성과 기업·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니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흔들림 없이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금호그룹은 2009년 박인천 창업주의 3남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4남 박찬구 회장간 경영권 분쟁인 '형제의 난'이 발생했으며 오랜 기간 갈등이 이어지다 결국 2015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분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