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만 회원사 수장 역할 기대기업장악법→기업인처벌법→이익환수법 '첩첩산중'RE100 최초 가입 등 ESG 선도 주목
  • ▲ 최태원 SK그룹 회장ⓒ자료사진
    ▲ 최태원 SK그룹 회장ⓒ자료사진
    4대 그룹 총수 중 처음으로 대한상공회의소(상의) 회장으로 추대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부친인 故 최종현 회장이 문민정부 시절 IMF외환위기 극복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면, 최 회장의 어깨에는 포스크 코로나 시대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야 할 책무가 얹혔다. 무엇보다 어느때보다 반(反)기업 정서가 뜨거운 현 시점에서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기업규제법을 막아야 할 사명도 작지 않다. 최 회장은 만장일치로 추대된 회장직을 수락하면서 "국가 경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ESG 경영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 선도자 역할

    최 회장은 글로벌 스탠다드로 떠오른 ESG 경영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총수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9월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ESG를 기업 경영의 새로운 축으로 삼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SK그룹은 모든 계열사에 ESG 사업 추진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전담 조직을 중심으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거스를 수 없는 변화로 재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EU는 의무적으로 CSR 활동내역 공개를 요구히는데 협력사를 선정할 때 기준치에 미달하면 사업연계 자체가 불가능하다.

    SK그룹은 최고협의체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환경사업위원회와 거버넌스위원회를 설립하고 기업의 사회공헌 영역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또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아르이100(RE100) 캠페인에 가입했다.

    RE100은 기업이 쓰는 소비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일종의 인증이다. 구글, 애플, 이케아 등 270여개 기업이 가입한 친환경 기구로 향후 기업 존폐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포트폴리오로 떠오를 전망이다. SK그룹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60%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RE100 가입자격을 빠짐없이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최 회장은 아무도 나아가보지 않은 미래 기업의 새 길을 닦아 내는데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함께 4대 그룹 총수의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SK그룹 계열사가 잇따라 RE100 가입을 시작하자 LG화학, 한화큐셀 등 주요기업들이 녹색 프리미엄제 입찰을 통한 RE100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 ▲ 문재인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뉴데일리 DB
    ▲ 문재인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뉴데일리 DB
    하지만 자유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기업인인 만큼 본업인 SK그룹 회장으로서 해결해야 할 현안도 적지 않다. 전기차 배터리 분쟁을 놓고 LG에너지솔루션과 치열한 신경전이 좀처럼 진화되지 않는데다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갈등도 최 회장에게는 리더십 시험대로 다가왔다. 박용만 상의 회장은 최 회장에 대해 "우리나라 경제를 상당부분 대표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며 "평소 상생이나 환경, 사회적 가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시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더 강해지는 기업규제법, 정부에 할말은 해야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와 규제의 칼을 든 정부가 끝까지 우호 관계로 남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180석 거대 여당을 탄생시킨 정부여당이 유례없는 기업규제법들을 밀어붙인 이후 기업 경영난은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다.

    재계가 최 회장에게 기대하는 지점도 이와 맞닿아있다. 현정부와 비교적 우호적인 분위기를 가져온 최 회장이 재계의 목소리를 잘 반영해줄 것이라는 평가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생산시설을 찾아 "최 회장과 SK그룹에 특별한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말한 것이 일례다.

    그러나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2019년 주52시간제, 지난해 기업장악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에 이어 올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연이어 시행되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 결과 기업총수들은 경영권 방어에 많은 자금을 들여야 했고,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산업재해에 대한 잠재적 범죄자로 몰려 막대한 형사 리스크를 지게 됐다.

    올해 초 여권에서 대두된 이익공유제는 주주 권한까지 넘보고 있다.코로나 팬데믹으로 호황을 누린 기업이익을 어려움을 겪은 계층으로 나누겠다는 취지지만, 당연히 누려야 할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정부여당이 4월 재보선이 끝나고 본격적인 백신접종이 시작되는 6월 정기국회에서 이익공유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초부터 내세운 양극화 해소라는 담론에 대한 상징적 결과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 회장의 부담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최 회장의 부친 고 최종현 회장이 IMF 외환위기 당시 김영삼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금리 인하 등 구체적 조치를 요구한 것과 같은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기대하고 있다.

    기업의 목소리는 물론 정부정책의 배경과 당위성을 기업들에게 설득하는 갈등 조정자 역할도 요구된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와 각을 세울 때는 세워야 하는 자리가 상의 회장"이라며 "유례없는 기업규제법이 속출하고 미래 먹거리 개발에 투자해야 하는 기업의 대정부 소통창구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