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회장, 노조에 쟁의금지 요구 한 발 물러나산은 "HAAH, 투자 결정해야 산은 신규투자 검토" 정부·금융위, 고용에 방점 두나 "살리는 게 좋다"
  • 산업은행이 P플랜(단기회생절차)의 첫 관문을 넘어선 쌍용차에 신규투자를 결정할 지 주목된다. 

    쌍용차의 신규투자자인 HAAH 오토모티브가 투자 조건으로 산업은행의 추가 지원을 요구하면서다. 이에 산업은행은 "HAAH가 명확한 투자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산은이 금융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HAAH에 자구안을 전달하고 신규 투자를 요청한 상태다. 전일 인도중앙은행이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지분을 75%에서 25%로 낮추는 감자를 승인해 P플랜을 위한 자격 요건을 일부 갖췄다. 

    P플랜의 핵심 조건은 마힌드라의 감자와 HAAH의 투자였는데 첫 단계는 마무리된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HAAH의 투자 조건이다. HAAH는 산은에 투자금액에 상응하는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긴급 자금을 산은의 투자금을 활용하고 자신들의 신규 투자금은 신차개발에 쓰겠다는 주장이다. 

    산업은행은 신규 투자자의 사업계획서를 살펴본 뒤 결정할 문제라고 고수해왔다. 

    특히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돈만 넣는다고 회사를 살릴 수 없다"면서 "지속 가능한 사업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또 쌍용차 노조를 향해서도 ▲단체협약 주기 1년→3년 연장 ▲흑자전환까지 쟁의행위 중단 서약서 제출 등을 요구했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서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을 위반에 대한 논란이 일자 산업은행은 "쌍용차 노사에 강제적의무를 부과한 게 아니라 지원검토 과정서 채권은행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산업은행의 지원을 촉구하는 쪽은 또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다. 지난달 19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동걸 회장과 만난 자리서 "고용 문제가 걸려있어 괜찮다면 살리는 게 좋다"고 언급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쌍용차에 대해 "잘 풀어가야 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잘하고 있다"고 금융지원 쪽으로 힘을 실었다. 

    은 위원장은 전일에는 "마힌드라 감자 승인은 굿 스타트는 되지만 쌍용차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면서 "이동걸 회장이 비관도 낙관도 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설명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10년 간 누적 적자가 1조가 넘는 회사에 또 다시 막대한 세금을 넣어야 하느냐를 두고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쌍용차는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각각 900억원, 150억원 규모의 대출을 연체하고 있다.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내달 서울시장·부산시장 등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대책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HAAH가 쌍용차의 새 경영자가 되려면 채권은행에 투자를 요구하기 전에 향후 상환 계획 등을 먼저 알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쌍용차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쌍용차는 내부적으로 오는 15일까지 P플랜 돌입을 위한 채비를 완료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P플랜에 들어가면 HAAH가 2억5000만달러, 약 2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51%의 지분으로 대주주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