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집점포 인근 지역으로 흡수한 경영효율화 단행반면 국민은행은 점포 늘리고 하나銀은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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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이 올해 들어 점포 통폐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점포폐쇄가 고령층과 금융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는 금융당국의 우려에 따라 다른 은행들이 점포통폐합 속도조절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해 들어 오는 7월까지 총 34개 점포(출장소 포함)를 통폐합한다. 

    이미 올해 초 13곳을 통폐합했으며, 오는 7월 8일까지 추가로 21곳의 영업점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통폐합 점포는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는 모바일뱅킹 등을 이용한 비대면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오프라인 지점 이용자가 감소한 영향이다. 한곳에 밀집된 점포를 인근 지역으로 흡수해 인력·임대료는 줄이고 경영효율화를 통해 실적 향상으로 이어가려는 전략이다. 

    그 속도는 가파른 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지점을 전년 대비 9곳 줄이는 대신 출장소를 7곳 늘렸다. 작년말 점포 증감현황과 비교하면 반 년 새 약 4배가량의 점포를 다이어트한 셈이다. 

    이는 우리은행이 지난해 밝힌 점포 전략과 배치된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3월 30일 영등포시니어플러스 점포 개점식에서 3대 상생금융 원칙을 발표하면서 "더 많은 고객들에게 힘이 되는 금융그룹으로 나아가기 위해 과도한 점포 통폐합을 하지 않고 고객 친화적인 특화 채널을 지속해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개점식을 찾은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나치게 급격한 형태나 단기비용 절감 측면에서 점포폐쇄가 이뤄질 때 소비자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고 부차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며 지적하자 임 회장이 이에 화답했다. 

    우리은행은 다만 대면 영업지점을 줄이는 대신 무인‧디지털지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화상상담이 가능한 무인점포인 ‘디지털 익스프레스’ 지점을 현재 12개에서 총 33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현재 6곳에서 운영 중인 고액자산가 중심의 자산관리 특화 점포를 오는 2026년까지 2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우리은행과 달리 경쟁사들은 오히려 점포를 늘렸다. 

    국민은행은 올들어 영업점 1개, PB센터 1개, 출장소 3개를 신설했다.

    출장소 3곳을 줄였지만 이마저도 기존 서울역과 홍대입구역에 운영중이던 환전센터를 올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옮겼다. 나머지 한곳인 충남도청 출장소는 해당 지자체와 협약 종료에 따라 폐점됐다. 사실상 올들어 점포가 늘어난 것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점포(출장소 포함)를 전년 대비 4곳 확대했고, 올해 들어서는 유지 중이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점포는 전년과 비슷했으며, 올해 들어 신설 1곳, 통합 7곳, 폐쇄 7곳을 단행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은행들이 점포통폐합 속도조절에 나선 이유는 금융당국이 급격한 점포 폐쇄를 막기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한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4월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을 통해 은행이 점포폐쇄를 결정하기에 앞서 실시하는 사전영향평가를 강화했다. 

    방안에 따르면 은행은 점포 폐쇄 결정 전 이용고객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대체수단을 조정하거나 점포 폐쇄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

    점포폐쇄 후 금융소비자가 큰 불편 없이 서비스를 지속해서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대체 수단도 마련해야 한다. 내점 고객수나 고령층 비율 등을 고려해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소규모점포나 공동점포를 제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