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이어 또… 반대 명분 빈약"정부와 채권단 결정사항인데… 옳지않다"수탁위 외풍 의혹도… 내부 의견 갈려
  •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의 조원태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 입장을 냈다. 주주와 채권단, 시장은 당혹스럽다는 반응들이다.

    정부와 채권단이 함께 결정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또다시 반대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연기금 관리하는 국책기관으로서 과연 합당한 의사결정인지를 되묻는 불편함이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는 23일 제 10차 회의를 통해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의 안건 대부분에 대해 반대 의견을 행사하기로 했다.

    수탁위 측은 아시아나 인수계약 체결과정에서 실사를 하지 않았으며, 계약상 불리한 내용 등 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한 감시의무를 소홀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문제는 이같은 결정이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한다는데 있다.

    실제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의견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8.11%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 입장에선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대부분은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되레 시장이나 주주, 기업의 의사에 반하는 연금의 결정이 막바지 합병을 준비중인 기업에 악영향만 끼친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문사들이 찬성 의결을 권고한 것과도 배치된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경영권 침해나 기업의 투자 심리만 약화시킨다는 불만들이다.

    시장과 괴리된 국민연금의 행보는 실제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지난해 국민연금이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안건 가운데 실제 부결된 비중은 고작 1.34%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재 수탁위 시스템의 한계라고 평했다.

    수탁위는 경영계, 노동계, 지역가입자 단체가 3명씩 추천한 총 9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 물론 각 위원은 기업지배구조나 금융 부문에서 경력을 갖춘 전문가들이지만 상당수 안건에서 경영계와 노동계로 편이 갈린다. 반대 이유도 제각각이고 결정의 근거나 표결 숫자 등도 외부에 설명하지 않는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1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정관 변경에도 반대를 했다. 당시에도 주주 가치 훼손을 주요 이유로 꼽았지만 결과는 찬성 69.98%의 압도적 가결이었다.

    자본시장에서도 국민연금의 반대논리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소식 이후 대한항공의 주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유상증자 규모도 기존 2조50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신용도도 지켜내면서 시장으로부터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은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과도 대비를 이룬다.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대신연구소는 대한항공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모두 찬성 권고를 했다. KCGS도 기존 이사 중임에 대한 안건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산업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좁은 시각도 비판이 일고 있다.

    자본시장 전문가는 "특히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생존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정부와 채권단에서도 적극적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추진했는데, 연기금을 다루는 국책기관이 이를 반대하는 모양새가 옳지 않다"고 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의 빈번한 경영권 개입은 오히려 투자기업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기업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