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 분리와 지주사 분할 확정… LG주총LX글로벌 중심 5개 계열사, 5월 출범내부 복잡한 국토정보공사 돌변… "LX 쓰지마라" 가처분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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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LG그룹 고문의 신설지주 LX그룹 출범을 앞두고 국토정보공사(옛 지적공사)와의 사명 다툼이 가열되고 있다. 법적 분쟁 소지는 크지 않다는게 업계 시각이지만, 국토정보공사가 사명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밀어붙이면서 잡음은 계속될 전망이다.LG그룹은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LX홀딩스 사명을 포함한 분할계획서 승인안건을 1호 의안으로 올렸다. 안건이 승인되면 LX그룹은 오는 5월 실제 분할까지 진용 꾸리기에 속도를 내게 된다. 신설 지주에는 판토스를 포함한 LG상사, LG하우시스, LG MMA, 실리콘웍스 등 5개사가 포진한다. 그룹명이 바뀌는 만큼 LG상사는 LX글로벌, 실로콘웍스는 LX세미콘으로 사명 변경이 유력하다. LG그룹 측은 이달 초 특허청에 LX와 자회사 상표를 출원했다.문제는 갑자기 불거진 국토정보공사와의 사명 쟁탈전이다. 공사는 사명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예고하고 LG그룹에 상표 사용 중지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전달했다. 2012년부터 LX란 영문명을 써왔고 준정부기관과 민간기업이 같은 사명을 쓰는 것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공사 측은 "지난 10년간 LX 브랜드 홍보에 332억원을 투입했다"며 "국토정보공사가 쌓아온 주지성과 차별성에 무상으로 편승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국토정보공사도 나름 속사정이 있다. 국토정보공사는 대한지적공사 시절부터 사명에 예민했다. 한국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영문명이 KSCS로 같아 홈페이지 도메인 주소를 가지고 마찰을 빚기도 했다. 2012년 같은 국토부 산하 기관인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합쳐 사명변경에 나서면서 지적공사도 국토정보공사로 이름을 바꿨는데 이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토지주택공사가 영문명칭 Land & Housing의 약자를 따서 LH를 만든 방식이라면 국토정보공사는 Land and Geospatial Informatics로 LG 혹은 LGI로 바꿔야 했다. 하지만 LG그룹이나 LIG그룹과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LX로 정했다. 추가된 알파벳 X에 당위성을 위해 eXpert(전문가)라는 단어를 도입했고, 영문 사명 Informatics도 Informatix라는 신조어를 활용했다. 따지고 보면 LG그룹이나 LG그룹에서 분리한 LIG그룹을 피해 LX로 명칭을 정했는데 또다시 LG그룹에서 LX사명을 쓰겠다고 나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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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그렇다 해도 준정부기관이 민간기업을 상대로 법정공방까지 벌일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양측의 사업분야가 확연히 다른데다, LX라는 알파벳 두 자가 같다는 것만으로는 법적분쟁 소지가 크지 않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물류, 트레이딩, 반도체, 배터리 등 신설 지주가 활동하는 사업영역은 국토정보공사와 전혀 다르다"며 "공사 측은 세계은행이나 UN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벌이는 공적개발원조(ODA)에서 신설 지주와 혼동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국토정보원의 지극히 일부인 사업"이라고 했다.국토정보공사가 당초 LG측과 원만하게 협상을 벌이다 돌연 태도를 바꾼 배경도 주목된다. LG측은 법적 판단이 나올때까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실무진 차원의 대화를 이어가다 갑자기 법적대응을 꺼내든 태도변화에 궁금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6일 시작된 양측 실무진 협상이 틀어진 시점은 19일 국토정보공사의 이사회 이후다. 이날 이사회에선 LG가 LX에 대한 상표를 출원한 것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질책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일각에서는 최근 공사에 벌어진 1지붕 2사장 체제 등 사내 분란에 대한 시선을 돌리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토정보공사는 2018년 취임한 최창학 전 사장이 지난해 청와대 감찰로 해임됐다 최근 법원의 해임처분 취소 판결로 복귀했다. 때문에 현 김정렬 사장과 동시에 출근하는 내홍을 겪고 있다. 국토부는 항소했지만, 최 사장의 임기는 오는 7월까지여서 임기 종료 전까지 재판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토교통위 한 야권 인사는 "지적 측량 데이터를 취급하는 국토정보공사는 문재인 정부의 디지털뉴딜 공공 DB 축적 사업의 최대 수혜 기관"이라며 "정부 입김이 강력한 곳인만큼 최근 LH사태나 최 사장 논란을 무마할 정치적 고려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