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속도 내고 있지만, 경기회복 더딘 흐름4월 전망치 106포인트, 3월 109.2포인트 보다 감소전자통신, 자동차 부진 각각 20.6p 11.4p 주저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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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국가들이 백신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한국은 경기회복 속도가 기대만큼 나질 않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등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경제성장률 선방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업종들이 최근 전망이 어두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29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매출액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4월 BSI 전망치는 106으로 3월 전망치 109.2보다 3.2p 감소했다. BSI는 본격적인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난해 4월 59.3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점차 회복해 3월 100선을 처음 넘어섰다.BSI는 100을 기준으로 현재 경기보다 나아지거나 나빠지는 정도로 수치로 환산한 지표다. 통상 전망치보다 실적치가 높은데 이는 실적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기업들이 보수적으로 수치를 내놓기 때문이다. 3월의 경우 전망치는 109.2였고 실적치는 112.9로 나타났다.한경연은 백신접종이 시작됐고, IMF가 한국경제성장률을 3.1%에서 3.6%로 상향하는 등 경기회복신호가 분명함에도 호조세가 둔화된 모습이라도 평가했다. 업종별로 보면 비제조업 체감경기(102.2)는 0.7p 감소해 하락폭이 적었지만, 제조업은 114에서 109로 크게(5p) 감소했다. 특히 국내 주력 산업인 전자·통신장비(90.9)와 자동차(97.4) 전망치가 전월대비 각각 20.6p, 11.4p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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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로 전자 및 자동차 기업들이 핵심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으로 한경연은 분석했다. 8Gb D램 현물가격은 지난해 2달러80센트에서 이달 25일 기준 4달30센트까지 53.6% 상승했다. 원유값 상승과 구리, 니켈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신규 투자가 줄어드는 것도 원인이다. 투자부문 BSI전망치는 3월 99.5에서 4월 99.4로 횡보하며 100선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전문가들은 향후 반도체 시장에서 차량용 반도체 비중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자동차 시장 생산량의 4.6%(수출액 기준)를 차지하고 있지만,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3%에 그친다. 자동차 수출 비중 11.7%인 미국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31.4%를 차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도 자동차 수출 11.9%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만, 차량용 반도체 매출은 22.4%에 달한다.이같은 현상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진입장벽이 높은 반면 마진율이 낮아 국내 기업의 진출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70% 이상은 가전 및 IT기기용 첨단공정 위주여서 구형 공정을 활용하는 차량용 반도체를 단기간에 증산하기 어려운 구조다.하지만 향후 친환경 모빌리티 수요가 늘어나고 자율주행·차량 네트워크 통신 등 첨단장비가 장착되기 시작하면 관련 시장을 부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차량용 반도체 매출액은 연평균 9%씩 성장하며 전체 반도체 매출 증가율 5.5%를 상회했다. 앞으로 매출 성장세는 더 빨라져 2024년까지 연평균 14.5%씩 성장해 현재 400억달러 수준인 시장규모는 600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무역협회는 내다봤다.차량용 반도체 시장 확대에서 기업들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아우디 A4에 엑시노스 오토를 공급하기 시작했고, 테슬라 자율주행 시스템에도 칩을 장착했다. 지난해 선보인 5G TCU는 BMW 전기차 아이넥스트에 장착된다. SK하이닉스도 오토모티브 사업팀을 꾸려 2019년 중국 AI 반도체 기업 호라이즌 로보틱스에 6억달러를 투자했다.이준명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세계 7위 규모의 자동차 산업과 세계 시장의 18.4%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을 보유한 국가"라며 "기간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수요를 충분히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강점을 지닌 분야를 중심으로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기초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