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부문 등 투자 영향 부채비율 14년 만에 최고석유화학-에너지솔루션, 견조한 이익 창출… 영업익 두 배 전망이익창출력 기반 'IPO-자산매각' 등 재무건전성 제어 가능도
  • ▲ LG화학. ⓒ권창회 기자
    ▲ LG화학. ⓒ권창회 기자
    부채가 1년 만에 6조원 가까이 증가하고 부채비율은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LG화학의 재무건전성이 최근 5년새 가장 열위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기자동차 시장 선점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 확대 등으로 자금 소요가 많아지면서다.

    하지만 올해 전지사업(LG에너지솔루션)을 필두로 전 사업 부문의 고른 실적을 바탕으로 꾸준한 외형 성장과 가파른 수익성 제고에 대한 기대로 재무 리스크를 불식시키고 있다.

    30일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지난해 연결 기준 LG화학의 부채비율은 120%로 2006년 132%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14년 전보다 수치는 감소했지만, 문제는 부채 규모다. 2001년 이후 자본금이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지속 확충된 가운데 부채가 최근 5년간 급증하면서 부채비율이 예전 수준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채 규모는 22조5984억원으로, 전년 16조6406억원에 비해 35.8% 증가했다. 1년새 5조9578억원이 불어난 셈이다.

    특히 2015년 5조4752억원 이후 5년 연속 증가했다. 부채비율 역시 2015년 41.7%를 저점으로 악화하기 시작했다. 2006년 당시 부채 규모는 4조3530억원에 그쳤다.

    차입금 규모는 이듬해인 2016년 2조2816억원을 기점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9조3878억원에 다다랐다. 이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16.2%에서 49.9%로 30%p 이상 늘었다.

    자연스럽게 이자비용도 증가했다. 지난해 이자비용은 1988억원으로, 전년 2031억원에 비해서는 소폭 감소(-2.14%)했지만, 2015년 580억원에 비해서는 3.4배 불어났다.

    차입 비중이 높아지는 등 부채가 늘어나면서 유동성도 저하됐다. 지난해 유동비율은 129%로, 2015년 180% 이후 지속 감소했다.

    재무건전성이 최근 5년째 저하되고 있지만, LG화학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올 들어 증권 시장에서 신고가인 101만원(종가 기준)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 3월19일(2만3000원) 이후 우상향 추이를 이어가고 있다.

    영업실적 안정화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 분석 결과 LG화학은 올해 매출액 40조2418억원, 영업이익 3조889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매출액의 경우 지난해 30조765억원에 비해 33.7% 증가한 수준이며 영업이익은 1조7981억원에서 116% 급증한 수준이다.

    LG화학의 영업이익은 △2017년 2조9284억원부터 △2018년 2조2887억원 △2019년 8254억원으로 지속 하락하다가 지난해 1조7981억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증권가에서는 이에 더해 외형 성장과 수익성 제고가 동시에 일어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 ▲ LG화학 여수공장. ⓒ연합뉴스
    ▲ LG화학 여수공장. ⓒ연합뉴스
    앞서 석유화학 호황기 이후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 감소, 미국 ECC(에탄분해설비) 관련 에틸렌 계열 석유화학제품의 역내 공급 증가 등 불리한 산업 환경으로 석유화학 부문 수익성이 하락 압력을 받았으며 이는 회사 전체 수익성 저하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경기 하락이 나타나면서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률이 6.6%로 낮아지는 등 수익성 침체가 지속됐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패키징, 마스크 등 언택트 수요 증가와 가전 및 인테리어 시장의 개선으로 회사 주요 제품인 ABS, PVC 등을 중심을 매출 및 이익이 증가해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올해는 석유화학 부문의 경우 다운스트림 수요 개선과 함께 여수NCC(나프타분해설비) 증설분(90만t)의 상반기 가동으로 사업부 전반의 레벨업이 기대된다.

    LPG 투입 비중이 50%까지 가능해 원가 절감이 가능하며 프로필렌, 부타디엔(BD) 등 내재화 비율도 높아져 다운스트림의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이다.

    NB라텍스, ABS(고부가 합성수지) 등 고부가 제품 적극 육성과 생분해성 소재, 리사이클 제품 확대를 위한 다양한 옵션이 검토, 논의 중이라는 점 역시 고무적이다.

    전지 부문은 배터리 생산능력이 지난해 120GW에서 155GW로 확대된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소형 전지의 꾸준한 이익 창출에 더해 전기차 배터리 수율 개선, 비용 절감 등으로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규모가 지난해 324만대에서 440만대로 36% 증가하는 가운데 LG화학이 20% 초반의 점유율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 E-GMP 추가 수주 등으로 수주 잔액은 2020년 150조원에서 170조~180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첨단소재 부문은 IT 소재 중심의 수익성 개선 노력과 전지 소재 중심의 외형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양극재의 경우 지난해 말 4만t에서 2025년 17만t까지 확대해 사업부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최주욱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전체 외형은 전지 부문 수주실적을 고려할 때 양호한 성장을 보이고, 글로벌 경기 반등 등에 힘입어 석유화학, 전지 부문의 견조한 이익 창출로 우수한 수익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지 부문의 설비 투자 확대 등으로 재무 위험이 상승하고 있지만, 이 같은 이익창출력 개선으로 인한 영업현금 창출 확대와 LG에너지솔루션 IPO 및 사업부 매각 등으로 재무건전성도 안정적으로 제어될 것으로 보인다.

    최주욱 전문위원은 "IPO 및 자산매각 성사 여부에 따라 감내 가능한 재무안정성 수준으로 회복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LG화학이 추진하고 있는 재무구조 개선 방안의 진행 경과에 대해 중점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