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 승기 잡은 LG… 특허침해 변수별개 사건 불구 SK 반격 기회 잡아… "분리막 기술 입증"바이든 거부권 분수령… 소송전 장기화 가능성도
  •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이 날이 갈수록 혼조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양사의 공방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단 이후에도 쉽게 누그러들지 않고 감정 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것.

    특히 ITC가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을, 분리막 특허 소송에서는 SK이노베이션에 손을 들어주면서 양사간 싸움은 더욱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배터리 전쟁의 종지부를 찍을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이 오는 11일 나올 수 있는 만큼 배수의 진을 치고 막판까지 치열한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배터리 분쟁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영입비밀 침해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분리막 특허침해 사건이다. 영업비밀 침해는 지난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이 자사의 배터리분야 경력직원 100여명을 채용하면서 영업비밀까지 탈취해갔다며 SK이노베이션을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한 사건이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같은 해 9월 LG가 자사의 배터리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ITC에 제재를 요청했고, LG에너지솔루션 역시 SK의 특허권 침해 조사를 ITC에 요청하며 이뤄진 것이 분리막 특허침해 사건이다.

    우선 유리한 고지를 먼저 잡은 쪽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ITC가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의 미국내 배터리 수입을 10년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가 미국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며 ‘미국 내 수입 금지 10년’을 명령했다.

    다만 영업비밀 침해 사건은 쟁점에 대한 당부 판단 없이 증거조사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위원회의 판단이 갈렸다. USITC는 영업비밀이 실제로 침해됐는지 여부 보다는 증거조사절차 위반을 이유로 'SK이노 패소'를 의결했다. SK의 증거인멸을 괘씸죄로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ITC는 "자료수집 및 파기라는 기업문화가 SK에서 만연하고 잘 알려져 있었으며 묵인됐다"며 "SK의 증거인멸 및 증거개시 과정에서의 더딘 대응과 부정직성으로 초래된 지나친 지연은 이 사건을 신속하게 완료해야 하는 위원회의 법적의무와 ITC행정판사가 정한 절차적 일정을 노골적으로 무시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의 완승으로 끝날 것 같던 배터리 싸움에 돌발 변수가 작용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SK이노베이션이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 승기를 잡으며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미국 ITC는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이 제기한 배터리 분리막 등 특허침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이 관련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예비 결정을 내렸다. ITC는 세부적으로 분리막 코팅과 관련한 SRS 517 특허 건에 대해 특허의 유효성은 인정했지만 SK가 특허를 침해하지는 않았다고 결정했다. 나머지 3건은 특허에 대한 유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분리막 특허 침해 소송은 영업비밀침해에서 파생된 것으로 별개의 사건이다. SK이노베이션이 특허침해 소송에서 최송 승소하더라도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판단에는 영향을 줄 수 없다. 그럼에도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ITC가 배터리 소송의 발단이 된 LG에너지솔루션 분리막 특허 침해에서 SK배터리 기술의 독자성이 인정됐다는 점이다.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의 반격의 기회가 제공된 셈이다. 또한 향후 미국에서 진행될 항소심에서 다른 판단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는 마냥 안심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특허침해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미국 수출이 막히는 것은 물론 SK이노베이션과의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소송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제재요청에 대한 사안으로 사건을 조기에 종결할 수 있는 제재를 요청한 것이 기각된 것으로 해당 이슈가 근거없다는 것은 전혀 아니며 추후 예비결정 및 최종결정 등 소송과정에서 충분히 입증해 나간다는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본안 소송 관련 쟁점들을 정리해 가는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로서 소송의 본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전혀 아니다"며 "LG에너지솔루션은 포렌식 등으로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남은 소송절차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ITC에 특허침해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적극 주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소송전이 혼전 양상으로 흐르는 만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가 분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ITC 절차는 한국의 행정심판과 유사하며 대통령의 승인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미국 대통령은 판결일로부터 60일 이내에 ITC의 결정을 검토하고 판결을 무효화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현지시간으로 오는 11일 이전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ITC의 최종판결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사례는 총 다섯번이다. 대표적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3년 삼성 특허를 침해한 애플 제품의 미국 수입을 금지한 ITC의 조치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ITC가 내린 ‘10년간 SK 배터리 미국 수입 금지’ 결정 자체가 무효가 돼 SK는 기사회생하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거부권 행사 없이 시한이 지나가버리면 양사간 소송전은 더욱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합의금을 놓고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입장차가 뚜렷한 만큼 빠른 시일에 결정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거부권 행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양사간 소송전은 더욱 장기화될 수 있는 점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