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도 떨어지는 신속검사의 한계… 판매 실적 아예 없는 곳도 PCR 대비 오차 커 ‘단점’, 확진인데 ‘음성 판정’ 가능성 ↑식약처, 제품명에 진단 대신 ‘검사’로 수정 행정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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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일상 속으로 들어왔지만 반응은 탐탁지 않다. ‘품절 대란’과는 거리가 멀고 주변에서 손쉽게 구매가 가능한 상황이다. 일부 약국에서는 하나도 판매되지 않아 ‘계륵’이 될 정도다.4일 본지가 자가검사키트 현황 파악을 위해 서울시 영등포구, 도봉구 소재 약 10곳의 약국을 돌아본 결과, 모든 곳에서 구매가 가능했다.휴마시스 제품은 1매입 9000원, SD바이오센서는 2매입 1만6000원 수준으로 가격이 책정됐고, 눈에 띄기 좋은 위치에 진열된 상태였다. 하지만 판매 실적은 미흡한 곳이 대부분이었다.이날 영등포구 소재 A약국은 “최소 수량으로 들여온 것이 다행일 정도로 국민의 관심이 멀다고 느껴진다”며 “지난달 30일부터 판매를 시작했지만 팔린 것은 2개가 전부다”라고 밝혔다.이어 “판매가 저조한 이유가 홍보가 부족했던 탓인지에 대해서 고민해봤지만, 그보다는 자가검사키트 관련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우려가 한몫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언급했다.실제 자가검사키트는 코로나19 양성과 음성을 판정하는 민감도와 특이도의 정확성이 기존 PCR검사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오차가 크기 때문에 ‘위음성’을 걸러낼 기준점이 모호하다.일례로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연구팀 검증에서 자가검사키트 민감도는 17.5% 수준이었다. 이는 확진자 10명 중 약 2명만 양성으로 제대로 진단하고, 8명은 음성으로 잘못 진단한다는 의미다.도봉구 소재 B약국은 “자가검사키트 10개를 주문해 판매를 시작했지만 단 1개도 팔리지 않았으며, 문의 전화도 단 한 통이 없다”고 밝혔다.이어 “기대감이 크지 않았음을 고려해도 완전히 계륵이 된 것”이라며 “진단이 아닌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상황이기 때문에 굳이 돈을 내고 자가검사키트를 구매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주무부처에서 강조하고 있는 부분도 ‘자가진단’이 아닌 ‘자가검사’다. 기존에는 자가진단키트, 자가검사키트 등이 혼용돼 사용됐는데, 후자로 명칭이 굳혀지고 있다.현행 지침상 코로나19가 의심되거나 역학적 연관성이 있다면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반드시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PCR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식약처는 자가검사키트에 ‘진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고 행정지도를 내렸다.약국에서 판매 중인 SD바이오센서 제품에는 ‘코로나19 항원 자가 진단’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는데 여기서 ‘진단’을 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제품은 진단이라는 단어 위에 ‘약국전용’이라는 스티커 부착해 판매 중이다.휴마시스 제품은 ‘코비드-19 홈 테스트’라고 명명돼 행정지도 대상이 되지 않았다.질병관리청은 “자가검사키트는 사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성능이 낮다는 단점도 있다”며 “개인 사용 시에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함을 전제로 사용 설명서를 숙지해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약국, 온라인 판매에 이어 오는 7일부터 편의점에 물량이 풀리지만, 현 상황을 짐작건대 코로나 검사 보조수단으로 활성화가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