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대·세브란스·고려대병원 휴진 결정내달 3일 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도 셧다운 돌입대형병원 쏠림 상태서 강행 … 중증환자 대처 공백초강경파 임현택 의협 회장의 시대로 … 대치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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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가 의료파국을 막기 위한 마지노선인데 의정 갈등이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전공의 공백 탓에 빅5병원을 포함한 상급종합병원 곳곳에서 주 1회 휴진과 교수 사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5월부터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초강경파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의 임기가 시작된다.

    29일 정부와 의료계 주요 관계자들의 공통적 시각은 5월 전 갈등을 봉합하고 정상적 의료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달이 지나면 수업 시간 문제로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이 결정되고 전공의들 5월 중순이면 수련 기간을 채우지 못해 전문의를 따는 과정이 1년씩 밀린다. 이 과정에서 의사 배출이 미뤄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는 필수의료의 추락을 의미한다.

    정부는 기존 2000명에서 최대 절반까지 대학에 재량권을 주고 양보안을 제시했으나 의료계는 원점 재검토가 유일한 선택지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대정부 대응의 일환이자 전공의 부재로 인한 '번 아웃'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휴진을 결정했다. 
     
    당장 오는 30일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외래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했다. 고려대 안암·구로·안산병원 등 고려대의료원 산하 교수들도 동참한다.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내달 3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기로 했다. 건양대, 계명대병원 교수들도 같은 날을 택했다. 

    서울성모병원 등 8개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대 의대는 내부 설문 조사를 통해 서울성모병원 외에 다른 병원 교수들의 휴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해 강북삼성병원·삼성창원병원이 참여하는 성균관대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주 1회 휴진을 선언했고 주 52시간 근무를 준수하기로 했다. 

    당장 오는 30일부터 대형병원 셧다운이 시작된다. 각 의대 교수 비대위 차원에서 응급 환자는 받겠다는 기본원칙은 세웠지만 필수의료 교수진이 근무하지 않으면 배후진료가 이뤄지지 않아 정상적 기능을 하지 못한다. 

    국내 의료체계의 고질병인 '대형병원 쏠림'이 고쳐지지 않은 상황에서 주 1회 셧다운 돌입은 중증 환자의 치료가 끊기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이미 수술이 밀린 암 환자와 가족들은 탈진과 공포에 쌓여 있는데 셧다운까지 결정하는 것은 암환자들에게 죽음을 선고하고 투병 의지를 꺽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환자들이 공포 상황에서 놓였지만 의대 교수들은 사직 의지를 높이고 있다.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를 조건으로 하는 '압박용 카드'가 아니라 실제 사직을 하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지난 12일부터 약 일주일간 전국 대학병원 임상 여교수 434명에게 사직 의사, 근무 시간, 신체·정신적 소진상태 등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했다.

    가정 내 주 양육자의 역할을 하는 여성 교수들의 고충을 알아보기 위한 조사였지만, 근무 환경에 있어서는 남성 교수들이 느끼는 바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게 전의교협 설명이다.

    근무를 할 수 있는 한계에 조만간 도달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92.4%에 달했다. 특히 30대 교수 157명의 95.5%(150명), 40대 교수 197명의 93.4%(184명) 등 젊은 교수들을 중심으로 한계가 임박했다는 응답이 많았다.

    사직 의향에 대해 1점(전혀 그렇지 않다)부터 7점(매우 그렇다)까지 나타내는 조사에서는 26.5%(115명)가 7점이라고 답했다. 1점이라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2.3%에 그쳤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셧다운, 사직 등 문제로 중증환자의 공포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며 "국민 생명권이 걸린 사안의므로 이날 영수회담에서 핵심의제로 설정해 의료대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임현택의 시대, 강대강 대치의 심화 

    전공의 이탈이 두 달이 넘었고 대학병원은 주 1회 휴진을, 의대 교수들은 사직을 택했다. 여기에 임현택 차기 의협 회장이 '죽을 각오'로 맞서겠다며 강력한 투쟁을 시사했다. 그는 5월부터 본격 임기에 들어간다. 

    임 차기 회장은 전날 의협 대의원회 총회에서 "최전선에서 사투하고 있는 전투병의 심정으로 결연하고 강한 모습으로 대응하겠다"며 "의료를 사지로 몰아가는 정책에 대해 죽을 각오로 막아낼 것"이라고 대정부 투쟁 수위를 한층 높일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정부가 2000명 의대증원 발표,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백지화한 다음에야 의료계는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의료계는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의 의결기구인 대의원회도 임 당선인 측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겠다고 약속해 대정부 강경 태세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전날 선출된 김교웅 신임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의협 집행부가 잘하도록 대의원회에서 적극 후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의대 교수 사직과 셧다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인력을 추가 파견하는 등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국민의 요구에 따른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므로 각계각층과 더 많이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흔들림 없이 정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