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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위상에 걸맞지 않는 계약이란 평가가 나왔다. 기업 오너의 사면 때문에 한발 물러섰다며 평가절하하는 시선도 나왔다. 모더나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로나19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CMO(위탁생산) 계약에 관해서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백신에 대해 무균충전, 라벨링, 포장 등을 거쳐 3분기부터 대량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을 단순히 '병에 주입'(완제충전)하는 것 정도의 수준이라는 비판섞인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백신 CMO의 핵심인 원료의약품 생산이 계약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모더나 백신의 원료의약품 생산은 론자가 맡고 있다.
그런데 열흘이 채지나지 않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mRNA 백신 원료의약품 생산까지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조용히 '큰 그림'을 그린걸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mRNA 백신 원료의약품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기는 내년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cGMP)을 충족하겠다는 목표다.
다시말해, 내년 상반기 이후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mRNA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글로벌 최대 규모 회사가 될 전망이다.
모더나가 지금과 같이 론자와 mRNA 백신 원료의약품 생산을 지속하고, 또 다른 mRNA 백신 개발사인 화이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손을 잡지 않는다면 당장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여러가지 가능성은 열려 있다. 모더나가 한국지사 설립을 준비 중이고,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모더나가 한국 내 투자를 적극 협력하기로 약속한만큼 새로운 관계 형성도 가능하단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한국지사와의 협업을 통해 적어도 아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한 계약을 추가적으로 맺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이전과는 달리 원료의약품 생산을 포함해서다.
빠른 시일 내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한 국내 기관과 기업의 mRNA 백신 관련 연구에 모더나가 어떤 형태로든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mRNA 백신 생산의 실질적인 밑바탕을 만든다면 훨씬 수월해질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국내 mRNA 백신 개발 기업과의 협업 가능성도 열려있다.
결과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mRNA 백신 원료의약품 생산까지 나섰다는 것은 업계에 상당한 의미부여가 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큰 그림이 어떻게 그려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