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만에 최대폭 상승… 3개월 연속 500억 달러 넘어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 강세… 13개월 연속 흑자 기조원자재 불안정-반도체 차질… 하반기 전망 어두워
  •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우리나라 수출이 3달 연속 500억 달러를 돌파하며 32년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생긴 낙폭에 대한 기저효과에 세계적인 소비 증대가 이어진 덕분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은 여전한데다 반도체 수급 악화 등 악재가 예상되는 하반기 전망은 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월 수출액은 507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보다 45.6% 늘었다. 수출액은 지난 3월 538억3000만 달러로 500억 달러를 넘어선 이후 3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5월은 3월과 4월에 비해 조업일수가 3일 부족함에도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일평균 수출액은 24억1600만 달러로 역대 5월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5월 수입은 478억1000만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37.9% 늘었다. 무역수지는 29억3000만 달러로 13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올해 수출이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는 것도 고무적이지만 우리 수출의 펀더멘탈이 더욱 견고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 15개 중 14개가 강세를 보였고 12개 품목은 두자릿수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액은 24.5% 늘어난 100억4300만 달러를 기록해 2018년 이후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자동차는 93.7% 늘어난 34억9300만 달러로 15년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친환경차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가가 회복세를 타고 있는 석유화학 품목도 94.9% 늘어난 45억6500만 달러를 수출했고, 석유제품 수출은 164.1% 급증한 30억2900만 달러 어치를 팔아치웠다.
  • ▲ 하반기 업종별 수출 증감 전망ⓒ한국경제연구원
    ▲ 하반기 업종별 수출 증감 전망ⓒ한국경제연구원
    하지만 이같은 수출 호조가 하반기에는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원자재 가격이 불안정한 상태를 이어오고 있고 반도체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전 업종에서 먹구름이 드리우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시장조사 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기업 12대 수출 주력 업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하반기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2.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5월까지 수출 증가율 22.5%에 비해 대폭 떨어진 기댓값이다.

    특히 응답기업의 절반이 넘는 55.2%는 올해 하반기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수급에 직격탄을 맞은 전기전자 기업은 70%가, 자동차·자동차부품 업종은 63%가 수출 감소를 예상했다. 수출 증가를 전망한 응답기업이 더 많은 업종은 철강과 일반기계·선박 등이었다.

    이같은 현상은 세계적인 반도체 칩 부족 사태 해결에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속속 나오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는 대만 무역박람회 화상회의에서 "파운드리 생산능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2년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 노무라증권은 "반도체 호황이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어 자칫 경제 정상화에 가까워 졌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며 "높은 반도체 의존도는 불안정한 펀더멘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경연도 "하반기 수출 증가를 예상한 기업보다 감소를 우려하는 기업이 더 많은 상황에서도 전체 수출이 증가한다는 것은 일부 업종과 기업이 전체 수출 증가세를 견인할 것이라는 의미"라며 "수출에서도 업종과 기업별로 실적이 갈리는 K자형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