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수소차 앞선 기술, 친환경 선박도 각광온실가스 배출량 73% 전력생산·산업 부문 난제풍력, 수력 발전 효율 원자력 못미쳐… 철강·시멘트 답보시멘트 순환자원 활용 근본 대책 안돼, 철강 수소환원 기술 먼길
  • 한국의 한 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300만톤(2019년 기준) 이다. 2018년 7억2800만톤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전환 중이다. 2010년 제정한 저탄소녹색성장 기본법 이후 지속적으로 탄소배출 관리를 해온 결과다. 2020년 배출량은 6억5000만톤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환경부는 전망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소세는 선진국은 이미 10년 전부터 시작된 흐름이다. 미국은 2005년, 일본은 2010년 정점을 지났다. 친환경 문제에 누구보다 앞장서는 EU국가들은 1990년대 정점을 형성했다. 관건은 어떻게 하면 빠르고 안정적으로 온실가스 감소세를 지속시키느냐다. 선진국들이 천문학적 투자를 쏟아붓는 것도 이 대목이다.

    정부가 제시한 1차 목표는 향후 10년간 온실가스 24.4%를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기준이 되는 2017년 배출량이 7억1000만톤이었으니 2030년에는 5억3676만톤으로 줄여야 한다. 이후 2040년까지 3만톤대로 줄이고, 종착점인 2050년 제로(0)에 수렴하는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감축 목표치는 정했지만,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부문별 감축량은 제시하지 못했다. 산업, 전력생산, 수송 등 각 부문마다 처해진 상황이나 여건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이달 말까지 발표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아직 감감 무소식인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환경부가 1차 시나리오를 내놓긴 했지만, 전통 제조업 중심으로 반대 기류가 큰 것으로 안다"며 "최근 열린 G7 정상회담에서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상향하라는 압박이 커 정부로서도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산업부문이 37%, 전력생산부문이 36%로 전체의 73%를 차지하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분야라는 얘기다. 특히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산업 부문의 탄소중립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 ▲ 포스코 포항제철소ⓒ뉴데일리 DB
    ▲ 포스코 포항제철소ⓒ뉴데일리 DB
    효율 낮은 재생에너지, 철강·시멘트 기술개발 시급

    가장 타격이 큰 분야는 철강업계다. 산업통사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철강업계가 한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2019년 기준 1억1700만톤에 달한다. 단일업계로는 최대 배출 분야다. 지난해 배출량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수출 부진 등 생산감소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의 지난해 매출액은 57조7928억원으로 전년 64조3668억원 보다 10% 넘게 줄었다. 업황 호조로 생산이 크게 늘어나는 올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철강산업의 탄소중립 전망이 어두운 것은 철강 제조 과정에서 유연탄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고로에서 쇳물 1톤을 만드는데 철광석 1.6톤과 유연탄 0.7톤이 들어가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2톤이 배출된다. 유연탄을 사용하지 않는 전기로 방식이 있지만 이는 열연강판, 후판 등 미세공정이 필요한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다. 업계는 유연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활용하는 기술개발에 나섰지만, 2040년 이후에나 확보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철강산업에 비해 투자여력이 부족한 시멘트 업계는 더 열악하다. 시멘트도 생산과정에서 유연탄을 사용하는 업종이다. 시멘트 업계는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을 활용하는 순환자원 설비 교체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는 산업은행을 통해 1조원 자금지원을 구상 중이다. 이를 통해 총 5조원이 소요되는 폐기물 활용이 가능한 시멘트 소성로 조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역시 점차 플라스틱 용기 사용이 규제되는 미래를 위한 근본적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생산 부문은 가장 많은 온실가스 감축이 기대되는 분야다. 정부가 주도하는 만큼 많은 재원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2030년까지 2억6000만톤에 달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2억톤까지 줄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체 발전량 중 42%를 차지하는 석탄 발전량을 2018년 239TWh에서 지난해 196.52TWh(36%)까지 감축했다. LNG 발전량도 같은기간 152.92TWh에서 145.9TWh로 줄였다. 대신 원자력 발전을 133.5TWh에서 160.2TWh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기준 원자력발전 비중은 29%까지 늘었다.
  • ▲ 서울 여의도 국회 수소 충전소ⓒ뉴데일리 DB
    ▲ 서울 여의도 국회 수소 충전소ⓒ뉴데일리 DB
    문제는 원자력 발전 의존율은 높아지는데 이를 대체할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턱없다는 데 있다. 특히 현재 24기인 원전이 17기로 줄어드는 2034년에는 6%에 불과한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수소발전 시스템과 SMR 등 차세대 원자력 발전이 보급되기 전까지 전력 수급 보릿고개를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발전 관련 관계자는 "석탄중심 발전에서 미래형 발전으로 전환하는 교착점을 이어주는 건 원자력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줄여나가는 방식이 아닌 신규 원전사업 전면 중단이라는 극단적 처방은 전력수급 불균형을 낳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전기차·수소차 앞선 기술, 친환경 선박도 각광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7% 비중을 차지하는 수송 부문은 발전이나 산업 부분에 비해 비중은 작지만 가장 강점이 많은 분야다.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미래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정부도 전기차·수소차 보조금에 가장 많은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2025년까지 73조원이 투입되는 그린뉴딜의 핵심 과제도 전기·수소차 등 그린 모빌리티 보급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전기차 113만대, 수소차 20만대를 보급하는 등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간다. 또 2030년까지 전기·수소차 국개 신차 판매비중을 33%까지 끌어올리고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이오닉 5로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한 현대차는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 등 미래차 핵심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60조원을 투조해 글로벌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날로 규제가 강해지는 조선·해운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와 메탄올 추진선에 대한 수주를 협상하고 있다. 메탄올 추진선은 친환경 선박으로 각광받는 LNG추진선에서 진일보한 기술로 벙커씨유보다 황산화물을 99% 줄일 수 있다.

    통상적인 선박 운용기간인 20년동안 연료 공급없이 운항 가능한 원자력 추진선 개발도 시작됐다. 삼성중공업이 선발로 나선 원자력 추진선은 탄소배출이 전혀 일어나지 않으며 고온의 수증기를 활용한 전기분해로 수소 에너지를 생산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