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반도체 겨울 온다"… 삼성전자 등 목표주가 '하향'코로나 재확산 악화일로…백신부족에 신규확진 연일 2천명 안팎고용지표 악화 가시화… 임시일용직 직격탄·자영업자 그로기하반기 0.6%대 후반 성장해야 4.0% 가능… 홍남기 "3분기가 관건"
  • ▲ 한산한 명동거리.ⓒ연합뉴스
    ▲ 한산한 명동거리.ⓒ연합뉴스
    4차 확산중인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가 맹위를 떨치면서 올해 4.2% 경제성장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고용 불안 가중, 소비 위축에 '믿는 구석'인 반도체마저 흔들릴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2일 글로벌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반도체의 겨울이 온다'는 보고서에서 "D램 가격이 여전히 상승세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으면서 상승률은 정점에 도달하고 있다"면서 "실적 성장 전망은 뒤집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9만8000원에서 8만9000원, SK하이닉스는 15만6000원에서 8만원으로 각각 낮췄다. 삼성전자에 대해선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했지만 SK하이닉스는 기존 '비중확대'에서 '비중축소'로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사이클이 후반기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사이클 지표는 2019년 이후 처음 중반기에서 후반기로 전환했는데 역사적으로 이런 시기엔 수익을 내기 어려웠다"고 부연했다.

    반도체 업황 우려는 우리 경제에는 악재일수밖에 없다. 한국경제가 코로나19 사태에도 피해를 최소화하며 버틸수 있었던 원동력은 수출에 있고, 반도체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해서다. 통계청이 매달 내놓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산업생산은 반도체 업황의 부침에 적잖은 영향을 받는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수출 효자품목인 자동차가 부품 수급 차질로 생산이 줄면서부터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 상태다.

    설상가상 국내 코로나19 상황도 예사롭지 않다. 4차 대유행이 한달 넘게 지속하는 가운데 확산세가 가라앉기는커녕 신규 확진자수가 2000명선을 넘으며 악화일로다. 백신 수급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

    코로나19 4차 확산의 피해는 통계 지표로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11일 통계청이 내놓은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이상 취업자는 1년전과 비교해 54만2000명 증가하며 다섯달째 큰폭의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증가폭은 4월 65만2000명, 5월 61만9000명, 6월 58만2000명 등으로 석달 연속 둔화됐다. 도·소매업 취업자는 18만6000명 줄어 전월(-16만4000명)보다 감소 폭이 커졌고,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1만2000명 줄어 넉달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취업자는 재정일자리로 분류되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23만7000명), 공공행정과 국방·사회보장행정(9만1000명) 등에서 주로 늘었다. 고용의 질은 차치하고라도 임시·일용직이 직격탄을 맞았다. 임시직은 8000명, 일용직은 5만6000명 감소했다. 골목상권은 어려움이 가중됐다. 비임금근로자중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7만1000명 줄어든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8만7000명 늘었다. 그로기 상태인 자영업·소상공인들은 휴·폐업에 내몰리는 처지다.

    앞서 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7월 노동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67만9000명으로 조사됐다. 신규 신청자는 10만6000명으로 지난 4월(10만3000명) 이후 석달만에 다시 10만명을 웃돌았다.
  • ▲ 반도체.ⓒ연합뉴스
    ▲ 반도체.ⓒ연합뉴스
    문제는 4차 확산에 따른 고용충격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사시점의 한계로 정부의 7월 고용지표에는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 격상의 영향이 오롯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최근의 방역강화 조치 등으로 8월 고용부터는 시차를 두고 충격 여파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소비도 불안하다. 코로나19 4차 확산세가 갈수록 거세지는 양상이어서 외식 등 소비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2월 중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소비심리가 다소 회복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찬물을 뒤집어쓴 격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11일 대한상의 등 경제 5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7월 들어 코로나 4차 확산과 방역 강화로 경제 피해 가중은 물론 개선 흐름을 이어오던 경기회복세가 경제심리지수 하락 등으로 주춤하는 양상"이라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추가 충격과 어려움 가중이 안타깝다. 정부는 2차 추가경정예산 신속 집행 등을 통해 경기 흐름을 최대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재확산세를 조기에 막지 못하면 올해 정부가 밝힌 4.2% 경제성장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달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전분기 대비)은 0.7%로 집계됐다.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1.3%)와 2분기(-3.2%) 역성장(-)을 기록한 뒤 3분기(2.2%)부터 살아나기 시작해 4개 분기 연속 오름세다. 한은은 올 1분기(1.7%)까지의 경기 회복 흐름을 바탕으로 지난 5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4.0%로 올려잡았다. 한은 분석대로라면 2∼4분기에 분기별 성장률이 0.6%대 후반 정도면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일단 2분기 성장률(0.7%)은 이를 넘어섰다. 관건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사정권에 든 3분기 성과에 달렸다. 홍 부총리도 앞선 간담회에서 "(4.2% 달성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방역, 경제 심리, 실물 동향, 재정·금융 정책 대응 등 여러 측면에서 3분기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감 추이.ⓒ연합뉴스
    ▲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감 추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