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고혈압 전 단계도 관상동맥경화증 위험↑국내 기준상 전 단계, 미국에선 1단계 고혈압 분류… 진단 기준 상이
  • ▲ 이승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고혈압 전단계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 이승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고혈압 전단계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고혈압은 각종 심뇌혈관 질환의 대표적인 위험인자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고혈압 기준은 20년째 변화가 없어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인 경우를, 미국에서는 수축기 혈압이 13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80㎜Hg 이상인 경우를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수축기 혈압 130~139㎜Hg, 이완기 혈압 80~89㎜Hg(국내 기준 고혈압 전단계, 미국 기준 1단계 고혈압)’의 진단 및 치료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이승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23일 “전 세계적으로 고혈압의 기준을 낮추고 있는 추세인데 국내 고혈압 진단 기준은 약 20년간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국내 기준상 ‘고혈압 전 단계’가 관상동맥경화증과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최근 연구한 그는 “우리나라도 고혈압 기준을 낮추기 위한 근거를 많이 확보해야 할 시기”라고 진단했다. 

    이승환 교수팀(서울아산병원 이필형 교수, 세종충남대병원 심장내과 윤용훈 교수)은 국내 기준 고혈압 전단계 환자군과 정상 혈압군을 대상으로 관상동맥경화증의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고혈압 전단계 환자군이 정상 대조군에 비해 관상동맥경화증 발생 위험이 1.37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관상동맥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 수검자 중, 심장질환이 없고 항고혈압제를 복용한 적이 없는 466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대상을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상군(120/80㎜Hg), 고혈압 전단계(120~129/80㎜Hg), 1단계 고혈압(130~139/80~89㎜Hg), 2단계 고혈압(140/90㎜Hg)으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관상동맥경화증 유병률이 정상 혈압군과 비교해 고혈압 전단계에서는 1.12배, 1단계 고혈압에서는 1.37배, 2단계 고혈압에서는 1.6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심장협회와 미국심장학회는 2017년에 고혈압 진단 기준을 140/90㎜Hg에서 130/80㎜Hg으로 낮춘 반면, 유럽과 우리나라는 기존대로(140/90㎜Hg) 유지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다. 국내 기준으로는 고혈압 전단계로 분류되는 혈압이 미국 기준으로는 1단계 고혈압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미국이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개정한 근거는 2015년 발표된 ‘수축기혈압 중재임상시험(Systolic Blood Pressure Intervention Trial, SPRINT)’이다. SPRINT 연구에서는 고혈압 환자들의 수축기 혈압을 120㎜Hg 미만 목표로 치료한 결과,  140㎜Hg 미만 치료군과 비교해 심혈관질환 발생률 및 사망률이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적인 학술지인 ‘미국 고혈압학회지(American Journal of Hypertension)’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