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딜 철회 … 자금조달 경로 사실상 제한현금 감소-차입 증가 … 재무 부담, 구조적 확대주가 급락에 담보가치 훼손 … 추가 차입 여력 위축기술 논란 속 신뢰 흔들 … '납세 가능성'으로 시장 초점 이동
  • ▲ 삼천당제약의 블록딜 배경 및 취소 이유 설명 자료. 자료=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이사 사장. 사진=성재용 기자 260406 ⓒ뉴데일리
    ▲ 삼천당제약의 블록딜 배경 및 취소 이유 설명 자료. 자료=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이사 사장. 사진=성재용 기자 260406 ⓒ뉴데일리
    삼천당제약이 주가 급락으로 시가총액 16조원 이상이 증발한 가운데 대주주의 수천억원대 세금 납부 문제가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현금 감소와 차입 증가, 운전자본 확대 등 재무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 블록딜까지 철회하면서 자금조달 경로가 좁아진 상태다.

    여기에 주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담보가치까지 흔들리자 시장 시선은 '납세 의지'보다 '실제 납부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정확한 담보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술 논란 속 신뢰 훼손과 추가 하락세가 지속하면서 담보가치 악화와 추가 차입 여력 제한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삼천당제약은 전거래일보다 3만4000원(6.55%) 내린 48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43만5000원까지 밀리며 낙폭을 키웠고, 거래량은 144만5517주, 거래대금은 6809억원을 기록했다.

    애프터마켓에서 55만원으로 반등했지만, 정규장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달 30일 118만4000원 대비 59.0% 하락했다.

    시가총액도 급감했다. 삼천당제약 시총은 3월30일 27조7736억원에서 전날 11조376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6거래일 만에 16조3947억원이 증발한 셈이다. 단순한 가격조정이 아니라 기대를 선반영해 형성됐던 밸류에이션이 단기간에 재설정된 것이다.

    주가 급락의 출발점은 기술 기대의 붕괴였지만, 지금 시장이 바라보는 지점은 한 단계 더 옮겨갔다.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과 'S-PASS' 기술을 둘러싼 해명 공방이 이어지는 사이 대주주의 세금 재원 마련 문제가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부상한 것이다. 기술 논란이 신뢰 훼손으로 번졌고, 신뢰 훼손은 다시 주가 하락과 자금조달 우려로 이어지는 구조다.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이사 사장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2500억원 규모의 블록딜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블록딜 추진 배경은 세금 납부 재원 마련이었다.

    다만 자본시장법상 주가가 공시 기준 대비 30% 이상 변동할 경우 기존 거래계획 유지가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이번 철회는 단순 의지 문제가 아니라 거래여건 자체가 악화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제시된 자료상 총부담액은 2335억원으로, 증여세 1차 납부 관련 주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390억원, 잔여 증여세액 1240억원, 양도소득세 및 제반 세비 705억원으로 구성된다. 이미 냈거나 상환한 390억원을 제외하더라도 앞으로 마련해야 할 자금은 1945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그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다. 블록딜을 철회하면서 애초 계획했던 대규모 현금 확보 경로는 사실상 사라졌다. 회사는 주주가치 훼손과 시장 오해 확산을 막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주가 급락으로 거래여건 자체가 악화한 점도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결국 대안은 담보대출 확대나 분할 매각 혹은 납부시기 조정 정도로 좁혀진다. 그러나 이 역시 주가가 버텨준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주식담보대출은 담보가치가 흔들리면 추가 차입 여력이 줄어들고 경우에 따라 반대매매 리스크까지 거론될 수밖에 없다.

    증권가에서는 주식담보대출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부 증권사가 해당 종목에 대해 증거금률 100%를 적용하고 있어 리테일 대출이 사실상 제한된 데다 투자은행(IB) 거래로 전환하더라도 고금리 등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블록딜에 이어 대출마저 여의치 않을 경우 자금조달 경로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 ▲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이사 사장이 기자간담회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서성진 기자 260406 ⓒ뉴데일리
    ▲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이사 사장이 기자간담회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서성진 기자 260406 ⓒ뉴데일리
    재무제표도 이런 우려를 가볍게 보기 어렵게 만든다.

    삼천당제약의 지난해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959억원으로, 전년 1055억원에서 9.13% 줄어들었다. 차입금은 같은 기간 452억원에서 658억원으로 45.3% 증가했다. 유동부채가 934억원에서 1065억원으로 14.0% 늘어나면서 유동비율은 259%에서 226%로 32.7%p 낮아졌다.

    지난해 매출은 2318억원(+9.90%, 이하 전년대비 변동률), 영업이익은 84억원(220%), 순이익은 120억원(흑자전환)으로 개선됐다. 표면적으로는 실적이 나쁘지 않다. 그러나 내용은 다르다.

    매출채권은 355억원에서 455억원으로 28.2% 늘었고, 재고자산도 381억원에서 526억원으로 37.7% 증가했다. 매출이 늘어났지만, 현금화 속도가 따라오지 못했다. 회사가 벌어들인 돈보다 아직 회수하지 못한 돈과 쌓여있는 물량이 더 빠르게 불어난 셈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2024년 217억원에서 97억원으로 급감했다. 회계상 이익과 실제 현금창출력 사이의 간극이 커졌다는 얘기다.

    여기에 연구개발비는 176억원에서 115억원으로 34.8% 감소했고, 연구개발비율도 8.38%에서 4.97%로 낮아졌다. 성장 서사를 떠받치던 연구개발 강도는 낮아졌는데도 오히려 시장은 더 높은 미래가치를 반영해왔다. 이번 급락으로 그 비정상적 괴리가 드러난 셈이다.

    수급도 심상치 않다. 기관은 3월31일부터 4월8일까지 대부분의 거래일에 순매도 기조를 이어갔다. 반면 외국인은 4월1·2·7·8일 순매수에 나서면서 보유율을 5.58%에서 7.12%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외국인 매수세 유입에도 주가는 전날까지 추가 하락했다. 이는 저가매수 유입만으로는 현재의 불신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회사가 내놓은 해명은 논란을 전혀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Pre-ANDA 미팅 수락을 두고 회사는 제네릭 개발경로가 인정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시장은 이를 허가 가능성이나 기술 입증의 확정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특허권과 기술 실체를 둘러싼 반박자료도 나왔지만, 정작 핵심 약동학(PK)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다. 설명은 이어졌으나, 결정적 입증은 보이지 않는 구조다.

    결국 삼천당제약을 둘러싼 쟁점은 '기술이 되느냐'만이 아니다. 지금은 '그 논란을 버틸 자금이 있느냐'가 더 중요한 단계로 넘어왔다. 16조원이 넘는 시총이 증발한 가운데 주가 하락과 신뢰 훼손 속에서도 실제 2000억원가량의 세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느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 논란이 길어질수록 회사가 받는 압박은 단순 이미지 훼손을 넘어 자금조달 문제로 번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 시장은 삼천당제약이 무엇을 개발하고 있는지보다 현재의 유동성 압박을 실제로 버틸 수 있는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블록딜 철회는 주주가치 방어 메시지일 수 있지만, 반대로 보면 애초 예정했던 현금확보수단이 사라졌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정확한 담보구조가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주가가 더 밀리면 시장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주가 상승 과정에서 형성된 구조가 세 부담 확대와 맞물리며 오히려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여 이후 주가 상승을 전제로 한 지분가치 확대가 세금 규모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이후 지분 매각 과정에서는 양도세까지 추가되며 부담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공시와 기대감 형성 과정이 반복되면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된 점도 결과적으로 세금 부담과 자금조달 리스크를 동시에 키운 구조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