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전문 편집샵으로 눈길… 경기도 12품종 판매 집밥 수요 늘며 적더라도 맛있는 '한끼' 수요↑쌀부터 나물까지 고품질, 체험형 판매에 나서
  • 설재범 롯데백화점 채소 치프 바이어.
    ▲ 설재범 롯데백화점 채소 치프 바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가 됐습니다.”

    설재범 롯데백화점 채소 치프 바이어(CMD)의 말이다. 채소 분야에 있어 코로나19는 백화점 업계에 있어 새벽배송 등 온라인 수요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계기이면서 동시에 백화점만의 강점을 찾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자신했다. 

    여기에는 국산 채소에 대한 수요 급증과 롯데백화점과 농가의 상생, 파트너사와의 협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공교롭게도 이는 온라인 마켓과 별개로 백화점의 매출 반등의 요인이 됐다. 백화점 데일리 식품의 가장 최전선에 있는 설 바이어를 직접 만나봤다. 

    14일 롯데쇼핑 본사에서 만난 설 바이어는 롯데백화점의 채소 MD의 최전선을 맡고 있는 치프 바이어 중 한명이다. 롯데마트 MD 출신인 그는 2년 전 백화점부문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본격적인 두각을 드러내는 인사 중 한명이기도 하다. 

    그는 “채소 같은 데일리 식품은 제철 식품과 믿고 살 수 있는 고품질, 확실한 국산 원산지와 소비자의 기호를 파악한 트렌드를 정밀하게 파악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는 최근 롯데백화점 건대입구점에서 쌀 가공식품 복합매장인 ‘경기미소’를 오픈하면서 업계의 눈길을 끌던 인물 중 하나다. 지금까지 백화점의 ‘쌀 판매’는 대형마트나 온라인 마켓과 경쟁했을 때 별 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분야 중 하나다. 

    이 과정에서 그는 지역의 쌀 브랜드 대신 ‘품종’에 집중했다. 경기지역에서 생산되는 쌀 품종 12가지를 직접 백화점 매장에서 판매하면서 밥에 대한 다양한 가치소비를 실현하면서 재미요소, 시각적 만족을 동시에 충족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 

    이를 위해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을 찾아 경기미·쌀 가공식품 복합식품매장에 대한 상생협약도 맺었다. 롯데백화점은 경기도의 쌀을 판매해 경기미의 소비를 촉진하고 농업 육성을 촉진하는 동반성장을 위한다는 취지도 매장에 담겼다.

    지금까지 일본 도쿄 등에서 쌀 편집샵은 존재했지만 백화점 업계에서 ‘쌀’ 판매는 별 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 상황이 변한 것은 코로나19 이후다. 

    설 바이어는 “쌀의 소비는 전반적인 감소추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집밥이 크게 늘어나면서 적게 먹더라도 맛있는 국산 쌀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며 “대량 판매 대신 단일 품종, 소포장으로 판매하면서 소비자도 새롭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량의 품종이 섞인 혼합미 대신 소비자 선호에 맞는 국산 쌀 품종을 제시하면서 각기 입맛에 맞는 판매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국산 쌀 소비 촉진에 따른 지역 농가와의 상생은 물론이다. 지난 8월 오픈한 매장 ‘경기미소’는 별다른 오픈 행사 없이 선보였지만 인근 쇼핑객들 사이에서 조용히 입소문을 타는 중이다.

    이런 분위기는 롯데백화점 전반에 이어지는 중이다. 최근 오픈한 신규점 롯데백화점 동탄점이나 기존점인 노원점에는 ‘밥 소물리에’가 상주하며 고객에게 직접 블랜딩한 국산 쌀 품종을 판매 중이기도 하다. 성장기에 적합한 품종의 조합이나 당뇨, 비만에 효능이 있는 품종 및 잡곡을 조합하는 방식이다. 이런 ‘쌀 편집샵’은 올해부터 예정된 롯데백화점 본점 리뉴얼 과정에서도 적극 반영될 예정이다.

    설 바이어는 “지금까지 좋은 품종이라고 하면 고시히까리, 추청 등의 일본 품종만 떠올렸지만 경기도와 협력하면서 국산 최고급 쌀 품종을 직접 소개할 수 있게 됐다”며 “아직 소비자의 반응을 보는 중이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서 백화점의 체험형 콘텐츠라는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백화점 채소분야의 이런 변화는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채소 특성상 원산지와 품질이 확실한 국산 채소의 신뢰도는 롯데백화점의 강점이 됐다. 

    광명시장에서 27년간 나물가게를 해온 ‘나물 투데이’의 강남점 입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롯데백화점에서 나물류의 판매는 지난 5~6년 전 퇴출 됐지만 최근 코로나19를 맞아 ‘집밥’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다시금 백화점에 등장했다. 

    기존에 없던 데친 나물, 콩, 절임, 짠무 등 직접 조리하기에는 손이 많이 가는 나물류를 판매하면서 소비자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농가의 소개, 양념장의 명인 레시피 및 조리법에 대한 전문가의 안내도 매장에서 직접 이뤄진다. 

    설 바이어는 “롯데백화점 채소분야의 강점은 시즌 상품의 다양성과 새로운 트렌드, 새로운 품종의 도입이 빠르다는 점”이라며 “상대적으로 가격민감도가 높지만 백화점만의 국산에 대한 높은 신뢰도와 품질에 대한 자신감, 편의성으로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백화점 식품을 찾아오는 요인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의 매력을 선보이는데 집중했다”며 “차별화된 상품을 보여주기 위해 트렌드와 방향설정, 파트너와의 협력을 치열하게 내부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변화는 실제 백화점의 식품분야의 매출을 견인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F&B를 제외한 식품의 매출 신장률은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 전년 대비 -5.4%를 기록했지만 올해 1~9월은 전년 동기 대비 8.3%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