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조직개편 하루 만에 창업 최초 젊은 지점장 공모내적 쇄신 시동 박차…사명 교체·꾸준한 인사로 '대우 이별'비지니스캐주얼 도입도 상징적 변화…"젊은 조직 대내외 강조"
  • 최근 미래에셋증권이 '세대 교체'를 전면에 내세운 파격 행보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변화와 혁신의 바람 앞에 새로운 기회를 얻은 젊은 직원들은 반색하고 있지만 급작스러운 변화의 흐름에 시니어급 직원들의 당혹감은 감추기 어렵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지난 3일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사를 실시한 데 이어, 4일 미래에셋증권은 창업 이후 최초로 지점장 공모에 나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의 인사를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는 세대 교체다. 40대의 젊은 임원도 대거 포함되면서 1960년대생에서 1970년대생 중심으로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 사업부문 대표와 고위 임원들 인사에서 파격의 연속이라는 평가다.

    그룹 차원의 이같은 파격 인사가 이뤄진 지 하루 만에 미래에셋증권은 지점장급 인사에서도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특정 지점에 한정한 것이 아니라 정기 인사에서 지점장 공모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78개 지점 중 10개 내외 지점은 사내 공모를 통해 젊은 인재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예정이다.

    내부에선 이같은 인사 혁신을 두고 반응이 엇갈린다. 젊은 직원들은 MZ세대에게 활짝 열린 등용 기회에 환호하며 반색하고 있지만 자리를 넘겨야하는 일부 시니어급 직원들에겐 위기감을 주고 있다.

    회사 한 시니어급 직원은 "보통 연말 인사는 12월께, 주중 금요일마다 냈는데 이번엔 11월 초, 수요일에 발표가 되는 등 직원들 사이에선 분위기조차 감지하지 못했다"며 "세대 교체를 내세운 파격적인 인사로, 본인을 포함해 주변 동료들은 당황스러워하고 술렁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기 인사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이튿날 알려진 지점장 공모는 시니어급 직원들을 더욱 긴장하게 하고 있다.

    당초 미래에셋증권은 오는 12일(내주 금요일) 지점장 인사를 앞두고 있었다. 정기 인사와 함께 추후 팀장, 지점장 인사에서도 세대 교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고되면서 영업점 지점장들 사이에선 긴장감이 흘렀던 게 사실이다.

    영업점 한 직원은 "지점장들은 뒤숭숭한 분위기 속 남은 일주일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여러 얘기가 오가고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그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오후 2시께 사내망에 지점장 공모가 올라오면서 더욱 어수선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잇단 파격적 인사 발표에 임직원들은 당혹스러운 모습이지만 올 들어 미래에셋은 여러가지로 내적 쇄신을 위한 시동을 걸어왔다.

    지난 3월에는 미래에셋대우 사명에서 합병 출범 5년 만에 '대우'의 간판을 내렸다. 국내외 브랜드를 통일해 일관성을 확보하겠다는 브랜딩 전략의 일환이라고 밝혔지만 대내외적으론 사실상 대우 지우기로 해석된다.  

    당시 이를 놓고 대우증권 출신들 사이에선 시대가 바뀌고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간판 교체에 대한 아쉬움은 남았다. 

    그간 옛 대우 출신 직원들과 미래에셋증권 직원 간 화학적 결합 과정에서 진통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합병 초기부터 한동안은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과의 임원 비율을 동수에 맞추는 등 주요 인사에 있어 출신에 의거한 균형을 유지하는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왔다.  

    이후 지속적으로 대우증권 출신 이사진의 숫자도 많이 줄었다. 지난해에는 IB 인력을 중심으로 부서 전환 배치를 단행, 대우증권 출신 직원들이 회사 핵심 사업부에서 고객솔루션본부·고객자산관리파트 등으로 이동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증권 출신 직원들에겐 '대우 지우기'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전체 조직 측면에서 볼 땐 세대 교체, 인사 혁신 정도로 풀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부턴 비지니스캐주얼을 전면 도입한 것도 큰 변화다. 격식 있지만 불편했던 넥타이와 구두 대신 셔츠와 자켓, 로퍼 등 한결 가벼운 차림의 유연한 새 복장 규정을 마련한 것.

    타 증권사들이 비지니스캐주얼 혹은 캐주얼 복장을 도입할 때까지도 칼정장을 고수했던 미래에셋증권이기에 최근의 복장 제도 변화를 회사의 상징적인 변화로 해석됐다.

    미래에셋증권 한 직원은 "비지니스캐주얼을 입게 됐을 때만 해도 회사에 이 정도의 변화가 올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이제 또 어떤 혁신적인 일들이 발표될지 긴장감과 기대감 속에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 인사로 대표되는 최근의 변화의 바람은 박현주 회장이 강조한 조직은 젊어야 돌아가고 살아남는다는 철학과 관련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회장은 최근 공개적으로 미래에셋그룹의 경영권을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전문경영인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직원처럼 임원도 일정 나이가 되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미래에셋그룹의 세대 교체를 회사 안팎에 강력히 전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