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선구자'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부사장 신임 대표 선임한투운용 ETF 시장 점유율 5%…시장 지배력 강화 과제로2015년부터 민간연기금 투자풀 운용…자금 규모 2조원 달해
  • ▲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신임 대표 ⓒ
    ▲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신임 대표 ⓒ
    한국투자신탁운용(이하 한투운용)은 내년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점유율 확대와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경쟁력 제고에 힘을 쏟는다. 

    특히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맞이하는 만큼 ETF 사업 확장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배 부사장은 한투운용의 차기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됐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숙고 끝에 배 부사장을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투운용은 이달 중 임시 이사외와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배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배 신임 대표 체제는 내년 1월부터 본격 가동된다.

    배 대표는 ETF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 인물로 유명하다. 2002년 10월 국내 자본시장에 첫 ETF인 ‘코덱스(KODEX)200’ 출시 당시 실무를 맡은 이후로 줄곧 ETF 분야를 담당해왔다. 삼성운용을 ETF 시장 1위 회사로 키워내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ETF 전문가로 손꼽히는 배 대표가 한투운용의 새 사령탑을 맡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투운용은 지난 2002년 삼성운용과 함께 ETF를 출시한 선두주자이지만 시장 내 지배력은 기대치에 다소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ETF 시장 내 존재감은 조금씩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 ETF 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 기준 한투운용의 ETF 시장 순자산가치총액(시장점유율)은 5.1%로 전년 동기 대비 0.4%포인트 증가했다. 

    회사가 운용하는 ETF의 순자산 또한 크게 증가했다. 한투운용 ETF 순자산가치 금액은 지난해 11월 2조3649억원에서 올해 11월 3조5308억원으로 1년 만에 49.3%(1조1659억원) 증가했다.

    실제 한투운용은 ETF 점유율 확대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다수의 ETF를 신규 출시했으며, 지난 9월에는 국내시장 ETF 5종의 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인 연 0.02%로 낮췄다. 이는 동일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ETF 상품들 가운데 가장 낮은 보수율이다.

    회사는 앞서 지난해부터 ‘ETF 최저보수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KINDEX 미국S&P500 ETF’와 ‘KINDEX 미국나스닥100 ETF’를 작년 8월과 10월 각각 출시하면서 보수율을 당시로써는 업계 최저였던 0.09%로 책정한 것이다. 같은 해 11월엔 두 상품의 총보수를 0.07%로 더 낮췄다.

    올해 9월에는 약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 자본금을 확충했다. 지난 2002년 이후 약 19년 만에 단행하는 유상증자였다. 모회사 한국투자증권이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보통주 1만주에 100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투운용은 유상증자를 통해 운용 펀드의 시드머니를 늘릴 예정이다. 특히 ETF 확장에 더욱 주력, 펀드 전반의 운용을 강화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는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ETF 시장규모는 패시브와 액티브 모두에서 확대될 것으로 전망”이라며 “한투운용은 다양한 국가, 테마, 자산에 걸쳐 공격적으로 ETF 상품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OCIO 사업에도 주력을 다할 전망이다. 올해 출범한 OCIO 펀드와 지난 2015년부터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민간연기금 투자풀 운용에 신경 써 OCIO 강자로서의 면모를 회복할 예정이다. 

    민간연기금 투자풀은 각종 공제회나 공익법인·공공기관·사립대학 등으로부터 예치 받은 자금을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에 강점을 가진 전문운용사가 운용하는 하위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민간연기금 투자풀 수탁고는 2조원에 달한다. 한투운용은 지난 2015년부터 민간연기금 투자풀 주간운용사를 단독으로 맡고 있다. 지난해 재도전에 성공해 2024년까지 4년간 민간연기금 풀의 자금을 위탁 운용하게 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OCIO 시장은 향후 지속해서 성장할 것”이라며 “기금들은 OCIO로 투자 기회비용을 줄이고 더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