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몽규 HDC그룹 회장ⓒ뉴시스
    ▲ 정몽규 HDC그룹 회장ⓒ뉴시스
    "이번 사고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 사고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피해 회복, 조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이런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전사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자 가족분들께 피해를 보상함은 물론, 입주 예정자분들과 이해관계자분들께도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광주시와 상의해 시민들의 안전과 재난관리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고 이번 사고 이후 환골탈태하는 자세로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겠다."

    얼핏 보면 동일한 사고에 대해 사과를 한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17명의 사상자를 낸 붕괴사고 발생 7개월여만에 그것도 같은 지역에서 또 다른 붕괴사고를 내고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한 말이다.

    결국 정 회장은 17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구역 참사에 이어 7개월만에 또 이런 참사가 빚어지면서 여론이 극도로 악화하자 회장직 사퇴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사고 실종자 가족들은 회장직 사퇴로 책임을 은근슬쩍 피하려는 것 아니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다. 그가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도 지주회사인 HDC그룹 회장직은 유지하기로 한것에 대해서도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무엇보다 7개월전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이렇다할 변화된 모습이 없었다는 점이다. 특히 열흘앞으로 다가온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사들은 안전조직을 강화하는 등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임해 대비했지만 현대산업개발은 CSO를 선임하지도 않고 있다.

    정 회장은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고객들께서 평생 안심하고 사실수 있도록 안전 품질 보증을 대폭 강화하겠다"며 "현대산업개발이 지은 모든 건축물의 골조 등 구조적 안전결함에 대한 보증기간을 30년까지 대폭 늘려 입주민들이 편히 사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골조 등 구조적 안전결함에 대한 법적 보증기간은 10년이지만 현대산업개발은 이를 3배 늘린 30년까지 보증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식의 대책에 불과하다. 두 건의 붕괴사과에서 근본적인 원인으로 분석되는 불법·편법 재하도급 문제를 바꾸지 않는 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회장직 사퇴가 성난 여론을 달래보려는 꼼수가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실종자 수색과 피해 보상은 물론 사고 원인을 정확히 밝혀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