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기준으로는 미래에셋증권 1위 기록선두 탈환 한국투자증권…근소한 격차로 삼성증권 3위에4분기 실적은 암울…5개사 모두 마이너스 성장
  • 자기자본 상위 5대 증권사의 지난해 실적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한국투자증권은 미래에셋증권을 제치고 1년 만에 다시 선두를 탈환했고, 분기마다 근소한 차이로 엎치락뒤치락 순위 싸움을 했던 삼성증권은 NH투자증권을 누르고 실적 3위에 올랐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기자본 상위 5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은 지난해 5조1426억원의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3조608억원) 대비 68.01% 증가한 수치다.

    ◆한국투자증권, 다시 찾은 왕좌…3위는 삼성증권

    지난 2020년 미래에셋증권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던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농사를 통해 명예를 회복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4474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04.49% 급증했다. 3분기 카카오뱅크 IPO에 따른 지분법 이익이 포함되면서 순이익이 늘고, 브로커리지와 투자은행(IB) 부문 호조가 호실적을 견인했다.

    1위 자리를 빼앗겼단 아쉬움은 있지만 미래에셋증권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이뤘다. 이 회사의 당기순익은 전년 대비 42.29% 상승한 1조187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1조4858억원) 기준으론 증권업계 최초 2년 연속 1조원대를 돌파했다는 새 역사를 썼다.

    삼성증권은 전년 대비 90.19% 상승한 9658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하며 실적 3위에 올랐다. 지난해 분기마다 NH투자증권과 근소한 차이로 순위 싸움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삼성증권이 NH투자증권을 앞섰다. 다만 양사 간 당기순익 격차는 179억원에 불과하다. NH투자증권은 전년 대비 64.30% 상승한 9479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KB증권은 지난해 5943억원의 당기순익을 벌어들였다. 플러스 성장했지만 빅5 증권사 중 가장 낮은 성장률(36.83%)을 보였다. 상반기 타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실적이 3분기(1689억원) 들어 크게 개선됐지만 마지막 분기 주춤한 영향이다.
  • ◆연간 실적은 사상 최대…4분기는 마이너스 성장

    5대증권사 실적이 전년 대비 급증한 게 사실이지만 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연간 실적으론 전년보다 크게는 105%에서 적게는 37%까지 늘었음에도 3분기 대비 4분기 실적은 5개사 모두 마이너스 성장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주식투자 열풍에 힘입어 최근 2년간 역대급 실적을 경신했지만 분기가 지날수록 증시와 연동되는 실적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4분기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인 곳은 KB증권이다. 이 회사는 전분기 대비 69.80% 줄어든 5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였다.

    분기를 기준으로 볼 때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의 표정은 엇갈린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매분기마다 2000억원대 당기순익을 꾸준이 기록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이어갔다. 연간 순위에선 삼성증권에 밀렸지만 이 회사가 3분기 대비 46.27% 감소한 1441억원의 당기순익을 벌어들인 동안 NH투자증권은 전분기 대비 4.37% 줄어든 2053억원을 벌었다.

    지난 4분기 한국투자증권은 전기 대비 60.8% 줄어든 2430억원, 미래에셋증권은 42.87% 줄어든 1941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증시 약세 영향으로 인한 증권사 이익 둔화 흐름은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는 증권업종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하는 추세다. 대신증권은 증권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Overweight)'에서 '중립(Neutral)'으로 낮췄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증권사들은 거래대금 폭증, IPO 활황 등에 힘입어 역사상 유례 없는 순이익을 기록했다"며 "역대 최고 실적에 대한 부담이 있고 올해 이익 감소가 불가피해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