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침체 늪 빠지지 않으려면 노동력·생산성 감소 반전 꾀해야2030∼2060년 韓잠재성장률 0.8% … "경직된 노동시장 개선도"
  • ▲ 대한민국 경제성장 이미지 ⓒ챗GPT
    ▲ 대한민국 경제성장 이미지 ⓒ챗GPT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0%까지 낮추며 '0%대 저성장' 위협이 눈앞까지 다가온 가운데, 전문가들은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구조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 등 경제 체질 개선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3개월 만에 1.0%로 대폭 낮췄다. 이는 아시아개발은행(ADB·1.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5%),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1.6%), 한국은행(1.5%), 한국개발연구원(KDI·1.6%) 등 국내외 주요 기관과 비교해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민간 분석 업체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전망까지 확대해서 보면, 최근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올해 우리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1%에서 0.9%로 내렸고 JP모건은 이달 기존 0.9%에서 일주일 만에 0.7%로 추가 하향하는 등 우리 경제가 올해 1%대 성장도 장담하기 어렵다.

    우리나라가 저성장 위기에 직면한 데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글로벌 관세 전쟁의 여파가 크다. IMF 역시 이번 발표에서 미 관세 정책 문제를 꼭 집었다. 이는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로 이뤄진 우리나라에 유독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대외적 요인만 탓할 순 없다. 한국의 성장 전망이 반토막 나며 주요국 중 하락 조정 폭이 가장 컸다는 점은 정치 불안 등으로 내수가 침체된 상황에서 외적 요인으로만 돌리기엔 곪아 있는 여러 내적 문제를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에 따른 노동력 감소와 생산성 저하, 지나치게 높은 수출의존도, 좀처럼 뚫리지 않는 신흥 수출시장 개척, 반도체를 이을 미래먹거리 발굴 정체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저성장 고착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OECD는 2030∼2060년 한국 잠재성장률 평균치가 0.8%에 그칠 것으로 예측하는데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이유로는 저출산에 따른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꼽힌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5년 이후 매년 줄어들며 지난해 0.72명으로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15∼64세 생산연령인구 비중이 2022년 71.1%(3674만명)에서 2072년 45.8%(1658만명)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했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고령인구의 비율을 뜻하는 노년부양비도 올해 27.4명에서 2072년 104.2명으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홍콩(158.4명)과 푸에르토리코(119.3명)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IMF는 최근 미국의 관세 조치를 반영해 구조개혁을 주요 정책방향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AMRO는 지난 15일 '2025년 지역경제전망(AREO)'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기후변화, 기술적 충격과 함께 인구 고령화를 세계경제의 하방 요인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경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해결책은 결국 구조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된 상태"라며 "법은 최소한만 규정하고, 현장 노사의 합의에 따라 근로 시간 등 다양한 근로조건 관련 사안들이 조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 연평균 6.1%에서 2011~2020년 0.5%로 급감했다. 노동생산성도 OECD 회원국 37개국 중 33위로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기업들은 경직된 노동시장과 극심한 규제로 고비용·저효율의 구렁텅이에 빠진 지 오래인 상황이라 유연한 노동시장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쉴 새 없이 생겨나는 미국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이에 조기대선 정국에서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넘어 구조개혁에 대해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고 당당히 개혁 완수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도 구조 개혁에 따른 고통에 대한 우려로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개혁 과제가 뒤로 밀려난 게 사실"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국민들이 뒷받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우리 산업에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경고음이 지속적으로 나왔는데도 정치권에서부터 회피하면서 우리 경제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분야별 개혁이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중장기적인 노동과 교육 개혁도 바로 추진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