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전기차 충전 사업 종료로 신호탄구광모 "선택과 집중" 발언 이후 속도 내재무부담 늘린 석화·배터리 사업 정조준NCC 2공장 매각 검토·분리막 철수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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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이 미래 성장을 위한 전사적 리밸런싱(사업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으로 주력사업의 성장이 둔화한 가운데 기민하게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LG전자를 신호탄으로 올해 전사적 ‘선택과 집중’이 이뤄질지 주목된다.2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에코솔루션(ES) 사업본부 산하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종료하기로 전날 결정했다. 지난 2022년 해당 사업에 진출한 지 3년 만이다.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과 가격 중심 경쟁 구도 심화 등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기차 캐즘이 지속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전기차 충전 인프라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관련 시장은 급격하게 위축됐다. 하이비차저는 지난해 매출 106억원, 영업손실 72억원으로 2년 연속 적자를 냈다.이번 결정에 따라 관련 업무를 수행해 온 직원들은 LG전자 내 타 사업 조직에 전환 배치된다. 해외 생산 거점인 미국 텍사스 공장은 다른 제품을 생산하거나 자재·서비스 창고로 활용하는 등 방안을 검토 중이며, 전기차 충전기 제조 자회사인 하이비차처도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LG전자는 새 먹거리로 부상한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 더욱 집중한다는 구상이다.지난해부터 이어진 LG그룹 계열사의 사업 개편이 올해 들어 빨라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그룹내 주요 전자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중국 차이나스타(CSOT)에 매각했으며, LG화학은 에스테틱 사업부와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2공장 매각 등을 추진 중이다. 이 밖에 계열사 상당수가 인력전환배치를 통해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그룹 영업이익의 과반이상을 차지하던 배터리 사업과 석유화학 사업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가 늘어난 점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그룹 전체 영엽이익에서 배터리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2023년 기준), 석유화학 사업은 30%(2018년 기준)에 달한다.우선 2018년 2조원을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그룹 내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하던 석유화학 부문은 2023년 이후 영업적자를 내는 등 부진한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대 전방 수요처인 중국의 경기 부진 장기화로 수요가 둔화한 가운데 지속적 증설로 공급은 부담이 늘어난 탓이다.2020년 이후 실적 성장을 지속해온 배터리 부문 또한 전기차 수요 둔화와 판가 하락으로 성장세가 멈췄다. 실제 지난해 IRA 세제혜택 규모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음에도, 작년 영업이익은 직전년의 4분의 1인 6000억원에 그쳤다.그러나 수주 증가 대응, 생산시설 신·증설,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투자는 지속되며 순차입 규모는 크게 늘었다.신용평가사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21년 약 13조9000억원에 달했던 LG그룹의 합산 이자·세금 차감 전 영업이익(EBIT)은 지난해 5조6000억원까지 떨어졌으며, 같은 기간 8조6000억원이었던 순이익은 지속 하락해 지난해 3000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순차입금은 29조6657억원에서 43조1288억원으로 45.4% 늘었다.재계에서는 올해 LG그룹의 ‘선택과 집중’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지난 3월 올해 첫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고 그러기에 더더욱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면서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 진입장벽 구축에 사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자본의 투입과 실행의 우선순위를 일치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석유화학과 디스플레이, 배터리, 전자 등 전 계열사가 대상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LG화학은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2공장 매각을 검토 중이며, 분리막 사업 철수설도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LG화학이 농약·비료 자회사 팜한농을 팔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G생활건강의 미국 에이본과 중국 등 순손실을 낸 사업부도 리밸런싱이 시급하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