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점유율로 미국·유럽 노선 독과점 우려회수 시 사실상 주요노선 외항사 차지글로벌 항공 M&A 활발… 보수적 시각 걷어내야
  •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심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지난 9일 전원회의를 진행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론이 늦어지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일부 노선과 슬롯을 반납하는 ‘조건부 승인’을 얻을 것이라는 의견이 짙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양사 합병 시 일부 노선에서 경쟁 제한 문제가 발생한다”며 “노선별 경쟁 제한 가능성을 따져 해당 노선은 반납 등의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 언급했다.

    업계와 학계는 큰 우려를 표한다. 공정위 시각대로 합병을 진행할 경우 국내 항공업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회생이라는 당초 결합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현재 글로벌시장에서는 항공사 간 M&A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유럽의 경우 국경을 넘어선 합병 사례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영 여력이 있는 대형 항공사가 기초체력이 부족한 하위사를 사들이는 경우가 다수다.

    최근 미국에서는 현지 회사 프런티어와 스피릿항공이 합병을 추진 중이다. 기업 간 결합에서 ‘적자생존’이라는 시장원리를 엄격히 적용하는 미국은 양사 결합을 빠르게 승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반대로 한국 공정위는 자사 항공사간 결합에도 매우 보수적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미주,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서의 독점이 우려된다며 벌써부터 ‘노선반납’을 언급한다. 

    공정위 기준은 국내 항공시장 점유율이다. 업계와 전문가는 항공 협정국가 간 상호 자율 취항, 외항사와의 경쟁 등 업종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타 제조업과 같이 국내 점유율만으로 결합을 제한할 경우 이번 딜이 ‘마이너스’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위는 해당 노선 회수 후 국내 타 항공사에 재배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사실상 국내 항공사 중 장거리 노선을 소화할 수 있는 회사는 전무하다. 나머지 LCC(저비용 항공사)는 단거리, 중거리 운항에 특화된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어 대형 항공사와 보유 기재 자체가 다르다.

    결국 해당 노선은 외항사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외항사의 노선독점이 현실화 될 경우 한국 출도착 장거리 노선 가격 통제가 불가능하다. 한진해운 파산 당시 고수익 주요 노선을 외국 선사가 차지해 국내 제조업이 급등한 해상운임을 덮어쓴 선례도 이미 있다.

    공정위가 아시아나를 ‘경영 한계기업’으로 판단해 조건 없는 합병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관련해서는 2013년 그리스 에게항공의 올림픽항공 인수 사례가 자주 언급된다.

    2011년 첫 결합신고 당시 EU 경쟁당국은 “양사 합병이 가격 인상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수 있다”며 승인을 반려했다. 하지만 EU의 시각은 2년 후인 2013년 전향적으로 바뀌었다. 

    EU는 “에게항공이 올림픽항공을 인수하지 않으면 해당사는 빠른 시일 내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며 “에게항공 외에는 올림픽항공을 인수할 사업자가 없다”며 양사 결합을 승인했다.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항공업은 여타 산업과 다른 ‘네트워크 사업’이며, 외항사 전체가 국적 항공사와 경쟁 체제에 있다는 주장이다. 결합심사에서 자국 경쟁당국이 “독과점”을 언급하며 사업을 제한할 경우 해외는 더 높은 수준의 제재를 가할 가능성도 크다.

    국내선과 일부 중단거리 노선에서의 LCC 업계 지원은 이해한다. 다만 미국, 유럽 등의 장거리 노선에서는 오히려 공정위가 트인 시각으로 양사 결합을 밀어붙여야 할 상황이다. 양사 합병에 대한 공정위의 보수적인 시각은 사실상 한국을 ‘항공 속국’으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