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둔화·HBM 공급 지연 악재에 작년 주가 32% 급락실적 발표 앞두고 목표주가 조정…"더딘 업황 회복·고환율 부담"본격 주가 회복엔 시간 필요…하방 제한적 분석도
  • 증권사들이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부터 '5만전자'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6만전자'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40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87% 상승한 5만4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새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0.38% 상승한 삼성전자는 2거래일째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엔비디아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경쟁사 SK하이닉스에 비해 상승폭은 크지 않다. 같은 시간 SK하이닉스는 5.32%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한 해 동안 31.96% 하락했다. 지난해 7월 고점 8만7800원 대비해선 39.41% 빠졌다. 시가총액은 고점 당시 524조원에서 작년 말 317조원대로 마감, 약 반 년 만에 207조원이 증발했다. 주가는 지난 10월 5만원대로 내려온 뒤 하반기 내내 5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주가를 끌어내린 건 외국인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지난해 10조5197억원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지난 8월까지 삼성전자를 매집하다 9월부터 '팔자'로 전환한 뒤 줄곧 던졌다. 지난 2일에도 외국인들은 52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건 하반기부터 글로벌 반도체 업황 둔화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지연 등 악재에 휘말린 탓이다.

    올해에도 인공지능(AI) 관련 산업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삼성전자도 수혜를 입을 수 있을진 미지수다. 범용 메모리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HBM 시장 내 점유율 확대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환율 상황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비용 증가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출 대신 시설 투자 및 반도체 장비와 설비 구입비용이 증가하면서 투자비가 상당 부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보다 늦은 반도체 업황 회복…증권가, 삼성전자 목표주가 하향 조정

    증권사들은 오는 8일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실적 추정치와 목표주가를 하향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목표주가에 대해 의견을 낸 증권사 9곳 중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낮춘 곳은 6곳이다. 지난 2일 하루에만 삼성전자 관련 리포트를 낸 증권사 4곳 중 3곳이 기존 목표주가를 낮춰잡았다. 

    삼성증권은 기존 8만3000원에서 7만4000원으로, 대신증권은 8만5000원에서 7만8000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은 8만3000원에서 7만7000원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눈높이를 낮췄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매출 전망치는 79조6250억원으로 상향했지만 영업이익 전망치는 7조2600억원으로 기존보다 28% 낮춰 제시했다.

    이 연구원은 "스마트폰과 PC의 재고 조정이 일어나며 D램의 4분기 비트그로스(비트 환산 생산량 증가율)를 -5%에서 -12%로 하향 조정했다"면서 "파운드리 일회성 비용이 4분기에 보다 확대될 것이다. 재고 조정은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 본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주가가 당분간 박스권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이 올해 3분기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업황 하락 사이클 초입에 불과한 만큼 섣부른 매수는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작된 스마트폰, PC의 과잉 재고 축소가 내년 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고객사의 범용 메모리 반도체 재고 역시 매우 높아 반도체 가격 하락이 좀더 이어질 것"이라며 "본격적 주가 상승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 연말에 악재를 선반영하며 가격 조정이 이뤄진 만큼 추가적인 하락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 수준이고 자사주 매입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주가 하방이 혔다는 분석이다.

    김동원 KB투자증권 연구원은 "PBR이 1배에 근접하는 한편 최근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10조원 자사주 매입 결정 등으로 하락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