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주택매매 소비심리, 2년9개월 만 최저수수료 개편안 겹쳐 개업, 2013년 이후 최소신생중개플랫폼 확장…중개업소 양도 매물↑
  • ▲ 서울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 서울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최근 몇달 동안 매매는커녕 전·월세 거래도 한건도 못 했습니다." (서울 노원구 A 공인 대표)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가슴앓이'를 앓고 있다. 지난해 이미 거래절벽으로 내몰린 데 이어 올해는 연초부터 한파가 강하게 불어닥치고 있다. 게다가 '반값 수수료' 개편안에 온라인 기반 중개 플랫폼들의 사세 확장까지 거세지고 있어 긴 '보릿고개'를 앞두고 있다.

    16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2월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사이트내 '중개사무소 매매(양도)' 페이지에 등록된 매물은 모두 666건이다. 지난달 580건이나 지난해 12월 488건의 한달간 등록건수를 이미 훌쩍 넘어섰다.

    협회측은 "통상 2월은 신학기 이사철을 넘긴 뒤 사무실을 빼려는 중개사들이 미리 매물을 내놓는 시기"라면서도 "계절적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이달 매도 수요는 평년보다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개업 건수도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전국 공인중개사 개업은 1만6806건으로, 2013년 1만5816건 이후 최저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 발표 여파로 규제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급감했던 2019년 1만6916건보다도 적다.

    지난해는 초강력 부동산 규제 기조가 유지된 가운데 하반기에는 대출 규제가 더 강해지고, 금리마저 인상되면서 매수세가 실종되다시피 한 역대급 거래절벽 상황이 이어진 시기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매매 건수가 △7월 4702건 △8월 4213건 △9월 2705건 △10월 2202건 △11월 1368건 △12월 1088건으로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전세 시장에서는 2020년 7월 말부터 계약갱신청구권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계약을 4년마다 체결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물량도 급감했다.

    올해는 거래절벽을 넘어 한파가 닥쳤다. 전국 집값 상승률은 5개월 연속 축소돼 보합에 근접했고, 주택 매매심리도 서울의 경우 2년 9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신규 분양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눈에 띄게 줄었다.

    전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를 보면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가 상승률은 0.1%로, 5개월 연속 오름폭이 줄었다. 2019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로, 보합에 가까워졌다.

    전·월세 가격 상승률도 둔화했다. 전국 주택종합 전셋값 변동률은 0.07%로, 지난해 12월 0.25%에 비해 상승 폭이 줄었다. 월세가격 상승률은 전월 0.22%에서 0.16%로 떨어졌다.

    부동산원 측은 "글로벌 통화 긴축 우려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이 증가해 관망세가 지속하면서 매수심리와 거래 활동이 위축됐다"고 풀이했다.

    주택 매매심리도 얼어붙었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5.8로, 전월 대비 3.6p 떨어졌다.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연속 하락이다. 서울의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5.3으로, 2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해당 지수는 전국 일반 가구와 중개업소들에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가격과 거래 동향을 물어 산출한 지표다. 0에서 200 사이 값으로 표현되는데 95 미만은 하강, 95 이상 115 미만은 보합, 115 이상은 상승 국면으로 분류된다.
  •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분양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떨어졌다.

    같은 날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월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는 71.5로, 전월 대비 4.7p 하락했다. HSSI가 100을 넘으면 분양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100 이하일 경우에는 부정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이달 분양물량 전망치도 89.0으로, 전월 대비 8.2p 감소했다. 다만 분양가격 전망치는 105.4로 지난해 9월 이후 18개월째 기준선인 100을 웃돌았다.

    주택산업연구원 측은 "분양 경기에 대한 인식 수준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분양가 상승 전망이 유지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개업계 입장에서는 지난해 10월 시행된 정부의 '반값 복비' 정책도 악재다. 부동산 중개보수 상한이 최대 절반 가까이 낮아지면서 매도·매수자의 중개수수료 부담은 완화됐지만, 거래절벽에 직면한 중개업소들의 형편은 더욱 어려워졌다.

    노원구 A공인 대표는 "한 달에 한 건 계약하면 다행인 마당에 중개보수까지 깎아버리니 이사철 호재는커녕 전기세는 내는 것조차 버겁게 됐다"고 토로했다.

    거래절벽이 해소되더라도 당장 중개업소의 '기사회생'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소지자가 이미 과포화 상태인 데다 온라인 기반의 신생 중개업체 몸집이 무섭게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 중개 새싹기업(스타트업)들이 '반값 수수료'를 내세우며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면서 기존의 영업 방식을 고수하는 공인중개사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중개 시장에 집을 내놓을 때 수수료 0원, 집을 구할 때는 수수료 반값'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다윈중개는 지난해 말 소프트뱅크벤처스, 패스트벤처스 등으로부터 3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난해 8월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한 후 반년 만에 누적매물과 회원 수가 각각 3.5배, 5배 증가했다.

    2016년부터 온라인에 기반한 원·투룸 소형 주거용 부동산 직영 중개 서비스를 제공한 집토스는 지난해 총 거래금액이 8700억원을 기록했다. 서비스 출시 4년 동안 누적 거래금 8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계약 건수도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도 지난해 비대면 계약 서비스 모델을 발표하면서 중개업 진출을 예고한 바 있다.

    정부 또한 프롭테크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공공데이터 개방을 확대하고 창업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개협회 관계자는 "대선 이후 당선자의 공약에 따라 위축된 중개업 시장도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자격증 소지자가 개업 공인중개사의 네 배가 넘고 온라인 중개 서비스가 확장되는 최근 추세는 전통적 중개업계에 위협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서 영업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중개사는 지난해 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 글에서 "공인중개사들의 수입은 나락을 거듭하고 있다"며 "엄청난 매출 급감으로 이 업을 계속해야 할지 하루하루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자영업자 지원 업종에 공인중개업이 포함되지 않는 합리적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