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손실보상에 수십조 지출 예고세출구조조정으로 조달?…세수펑크 우려"증세 아니면 적자국채"…부가세 등 거론
  • ▲ 세금.ⓒ연합뉴스
    ▲ 세금.ⓒ연합뉴스
    '266조원'.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제시한 공약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재원의 규모다. 문제는 나랏빚이 급증하는 가운데 나라살림은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전문가들도 적정 수준의 재정 지출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단순히 '퍼주기' 일변도의 재정정책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증세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윤 당선인의 국정 공약 200여개를 이행하는 데 266조원 규모의 재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벚꽃 추경 논의과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조처로 손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보상에 50조원의 예산을 투입하자고 주장했다.

    아울러 아이가 태어나면 1년간 월 100만원씩 총 1200만원의 부모 급여를 주고, 중산층·서민·저소득층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월 최대 40만원으로 10만원 인상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해선 아예 취득세를 면제하거나 1% 단일세율을 적용하겠다고 공약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주요 재원으로 부상한 종합부동산세는 중장기적으로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다주택자에 대해서도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을 최대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는 등 세 부담 경감 공약을 적잖이 내놓은 상태다.
  • ▲ 나랏빚.ⓒ연합뉴스
    ▲ 나랏빚.ⓒ연합뉴스
    윤 당선인은 세출 구조조정과 예산 비율 조정 등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태도다. 그러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데다 문재인 정부에서 '문재인 케어' 등으로 고정 씀씀이를 늘려놓은 상황에서 지출 구조조정만으로는 천문학적인 재정 소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고령화 등으로 복지지출 수요가 빠르게 늘게 되는데 이를 부담하려면 지출구조조정으론 부족하다"고 했다. 세종대 이태환 경제학과 교수도 "(여야 선거캠프에서) 재원 마련 방안으로 지출구조조정을 말해왔는데 계산을 덜 한 듯하다"며 "이미 건강보험이나 실업보험 등 연금은 재정상황이 안 좋다"고 지적했다.

    나라 살림살이도 적자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재정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30조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초과 세수로 국세수입(344조1000억원)이 2차 추가경정예산 대비 29조8000억원이나 늘어 적자 폭이 줄었다.

    설상가상 올해 재정 여건도 낙관적이지 않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의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 수위가 높아지면서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 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일각에선 올해 최악에는 세수가 전망치(343조4000억원)를 밑도는 세수 펑크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하는 실정이다.
  • ▲ 나랏빚.ⓒ연합뉴스
    ▲ 나랏빚.ⓒ연합뉴스
    경제전문가들은 중장기 재정여건을 고려할 때 증세 아니면 적자국채 발행밖에 답이 없다고 말한다. 올해 나랏빚 규모는 1074조4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넘어가며 증가 속도가 가파른 상황이다. 나랏빚 급증은 대외신임도를 낮추는 등 부작용을 낳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앤 반 프라그 글로벌 총괄과 화상 면담을 하면서 급속히 불어나는 나랏빚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데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무디스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정책방향과 고령화 등이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심을 보였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홍 부총리는 "나랏빚 증가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점은 정부도 경계심을 갖고 있다"면서 포스트 코로나시대 재정 정상화와 관련해 "총지출 증가율을 점진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비과세·감면 정비 등을 통해 세입 기반을 강화하는 한편 엄격한 재정준칙 설정·준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전문가들은 더는 증세 논의를 늦춰선 안된다고 역설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10년 계획을 세우고 보편 증세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9%)의 절반 수준인 부가가치세와  교통환경에너지세를 증액 세목으로 꼽았다. 세종대 이태환 교수도 "사람들은 '중(中)부담 중복지' 사회로 가고싶어 한다"면서 "돈 들어갈 데가 많으니 증세 논의를 하는 게 정직한 것이고 반드시 논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KDI 정규철 실장도 "국가채무비율이 상당히 빠르게 올라가고 있어 재정수입을 확대하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증세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면서 "(조세저항을 줄이려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증세 논의를 서두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