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현업 부서, 실력 있는 개발자 구하기 어려움 토로 개발자 투자 없이 핀테크 증권사 기술 따라잡기 어려워IT·개발자 투자 인색한 증권사 경영진 인식 바꿔야
  • “요즘 실력 있는 개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젊고 유능한 개발자들은 증권사에 오는 걸 선호하지 않아요.” 

    “MTS 관련 부서 내 개발자의 역할은 마치 패션 브랜드의 디자이너와도 같습니다. 가장 능력 있는 개발자가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가졌는지에 따라 도출되는 결과의 양질은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으로 대표되는 핀테크 증권사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기존 증권사들도 이들이 선보인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못지않은 차세대 증권 거래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한 경쟁에 한창이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된 개인투자자, 특히 디지털·모바일 기기 사용에 능한 MZ세대 투자자들을 자사 고객으로 포섭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증권사들은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가리지 않고 자사 MTS의 편리성과 성능을 내세워 이용자들을 끌어모으는 데 혈안이 됐다. 

    하지만 증권사에서 MTS 개발을 담당하는 임원들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하나같이 MTS 성능을 고도화하는 핵심 인력인 정보기술(IT) 개발자를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력 있는 경력직 개발자들이 증권사에 오는 걸 꺼린다는 설명이었다. 

    이들은 가중된 개발자 구인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경직된 증권사의 조직문화를 꼽았다. 

    과거와는 달리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선호·추구하는 젊고 실력 있는 개발자들에게 여전히 매일 아침 양복을 빼입고 여의도에 출근하는 전통 증권사의 딱딱한 문화는 이른바 ‘꼰대’ 이미지로 인식된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직원들은 돈도 많이 번다는 데 개발자에게도 그들을 유인할만한 막대한 연봉을 제시하면 되지 않을까? 실제 지난해 다수 증권사는 직원 평균 연봉이 2억원대에 진입할 만큼 타 업계에 비해 계약조건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 초 증권사 임직원들은 기본급의 1000~2000%에 달하는 성과급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업에 있는 이들은 증권사에서 개발자에게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들에 필적할만한 고액의 연봉과 인센티브 등을 지급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한다. 아직 증권사 내에선 개발자 영입에 큰돈을 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다는 설명이다. 

    또 증권사의 무수히 세분화된 조직 체계에서 특정 부서 인력에게 특별히 많은 기본급을 지급하는 것은 조직문화 정서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알려진대로 증권사의 연봉 구조는 대부분 낮은 기본급과 높은 성과급으로 구성됐다.

    통상 증권사와 같은 전통 금융사들은 지금까지 IT·개발 부문을 외주업체에 맡기는 방식을 택했다. IT 자회사를 통해 시스템을 구축한 곳도 있지만, 대다수는 자체 IT 개발 능력을 갖추기보다는 외주화된 업무 구조에 익숙하다. 

    외주 인력은 단기간에 주어진 프로젝트를 잘 수행하는 이들이다. 외주협력사에게 회사의 본질적인 발전 방향과 비전을 공유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여전히 IT 부문을 투자로 여기지 않고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영진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IT 관련 인건비, 시스템 투자비 등을 투자로 생각하지 않고 비용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이는 1순위로 줄여나가야 할 지출비에 불과해진다는 설명이다. 

    반면 이를 회사의 자산으로 인식하고 인센티브, 복지혜택 등을 경쟁적으로 늘리며 개발자를 영입하는 핀테크 기업들과는 애초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자사 MTS가 경쟁사보다 돋보이기 위해선 기본적인 뼈대를 잡을 수 있는 유능한 개발자를 데려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이를 위해선 개발자가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과 조직이 구축돼야 하고, 기존 증권사 프로세스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은 일제히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비록 올해는 작년과 같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유능한 개발자와 IT 및 전산에 투자할만한 여력은 충분해 보인다. 

    개인투자자 1300만명 시대가 열렸다. 누가 더 안정적이고 편리한 MTS를 내놓느냐에 따라 증권사의 수익성 지표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MTS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력 있는 개발자 영입은 필수적인 선제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