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증권사 “현실적으로 연내 관련 시스템 구축 힘들어”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 시스템 설계, 해외주식보다 어려워서비스 차별화 및 수익화 고심…개발자·외주업체 확보 난항증권사별 전산 구축 일정 따라 순차 공개…눈치싸움 치열 예상
  • 오는 9월부터 국내주식의 소수점 단위 거래가 가능해지는 가운데, 다수 증권사는 현실적으로 기존 예정인 올해 9월 해당 서비스를 출시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주식 소수점 매매는 기존 선보인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와는 거래 방식이 다를 뿐더러 그 구조가 훨씬 복잡해 관련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정례회의를 열고 국내주식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와 관련해 25건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한 바 있다.

    소수단위 거래에 참여한 주요 회사는 ▲한국예탁결제원 ▲교보증권 ▲다올투자증권 ▲대신증권 ▲DB금융투자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상상인증권 ▲신영증권 ▲신한금융투자 ▲IBK투자증권 ▲SK증권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카카오페이증권 ▲KB증권 ▲키움증권 ▲토스증권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 25개사다.

    이론적으로 예탁결제원을 제외한 24개 증권사는 오는 9월 일제히 국내주식 소수점 매매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금융위가 각 증권사별 전산 구축 일정 등에 따라 순차적으로 해당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다만 대다수 증권사는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증권사는 아예 내부적으로 목표 출시일을 내년 2월로 변경하고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오는 9월부터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증권사들이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있어 시간이 더 필요하다”라며 “당초 9월을 목표로 개발을 시작했지만, 해당 일정에 맞춰 곧바로 출시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데는 해당 서비스의 복잡한 구조가 원인으로 꼽힌다. 

    이미 시장에서 활성화돼있는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의 경우, 대다수 증권사는 여러 명의 소수점 단위 주문을 쌓아 온주(1주)로 만들어 결제를 체결하는 방식을 택한다.

    반면 국내주식 소수점 매매의 경우 신탁제도(수익증권발행신탁)를 활용해 온주를 여러 개의 수익증권으로 분할 발행하는 방식이다. 

    증권사가 투자자의 소수 단위 주식 주문을 취합하고 온주에 못 미치는 부분은 자체적으로 채워서 온주로 만든 후, 해당 증권사 명의로 한국거래소에 호가를 제출하는 것이다. 거래가 체결되면 취득한 주식을 예탁결제원에 신탁하고 증권사에 수익증권을 내준다.

    금융당국은 이때 각 증권사가 자기 재산으로 취득하는 주식 수를 종목별로 5주 이내로 제한하고,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또 다른 대형사 관계자는 “주식 거래에 신탁 개념이 들어가면 풀어야 할 사항들이 많다”라며 “주식에 대해 신탁을 맡기고 그것을 수익증권 발행 형태로 쪼개서 거래를 시켜야 하는데, 아무래도 구조가 복잡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서비스를 위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화면 구성을 비롯해 수많은 시스템 수정사항들이 생긴다”라며 “내부적으로 업무요건에 대한 정의도 많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 구조 ⓒ금융위원회
    ▲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 구조 ⓒ금융위원회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의 수익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서비스가 실제로 증권사 입장에서 큰 수익원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내부적으로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 중형사 관계자는 “국내주식 소수점 매매 서비스 개발을 위해 투입하는 노력과 비용에 비해 해당 서비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익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라며 “스무 곳 넘는 증권사가 똑같은 서비스를 선보여 봤자 큰 주목을 받지도 못할 테니 차별화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함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다수 증권사들이 해당 서비스를 출시한다고는 밝혔지만, 개발을 하는 데 있어 기술적으로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서로 눈치를 보다 어느 한 곳이 가장 먼저 시장에 내놓으면 후발주자들이 일제히 따라가는 행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기존 예정대로 9월을 목표로 여전히 개발을 추진 중인 증권사도 있는 곳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중형사 관계자는 “여전히 9월에 소수점 거래를 오픈하는 것을 내부 목표로 삼고 준비하고 있다”라면서도 “다만 증권사들이 최근 개발자와 외주업체를 구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어 기존 예상보다 조금 늦어질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예탁원은 기존 일정대로 오는 9월까지 관련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예탁원 관계자는 “특별히 지연되는 일 없이 예정대로 올해 9월부터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3월부터 5월까지 시스템 개발, 6월부터 8월까지 테스트를 거쳐 9월 오픈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