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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비율 검토보고서, 안진 판단 작성… 삼성은 자료만 제공"

가치평가 업무, 안진이 주도해 진행"합병비율 관련해 방향 제시한 적 없어""안진평가팀 보고서 일정 늦어져 실망"

입력 2022-05-19 20:02 | 수정 2022-05-19 20:03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안진)이 작성한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삼성의 가이드라인이 없었다는 진술이 나왔다. 가치평가 업무는 안진이 주도해 진행했으며 삼성은 자료를 제공하는 정도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에 삼성이 개입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전 안진 회계사의 증언은 물론 검찰 주장 역시 신빙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양사의 자문을 맡은 삼성증권이 안진과 삼정케이피엠지(KPMG) 회계법인(삼정)에 합병비율(1:0.35)이 타당한지를 의뢰해 작성된 문서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46차 공판을 진행했다.

공판에는 삼성물산 부사장 우 모씨가 출석했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추진 당시 재무팀에 근무하며 삼성물산 합병TF팀에 참여했다. 특히 우 모씨는 합병비율 검토보고서 작성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월 증인으로 출석한 전 안진 회계사는 2015년 5월21일 우 모씨 질책에 어쩔 수 없이 합병비율에 맞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했지만 이후 공판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번복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우 모씨는 이러한 사실이 없고 안진에서 직접 판단해 보고서가 작성됐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당시 삼성물산은 안진이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면 전달하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 안진 회계사의 증언에 대한 신빙성을 더욱 떨어드리는 것은 물론 삼성증권·삼성물산이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등의 지시에 따라 안진 회계사를 압박해 삼성에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하게 했다는 검찰의 논리도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우 씨는 "합병비율 검토 업무와 관련해 방향을 제시한 것은 없다"며 "오 모씨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삼성물산 가치 10조원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고 생각도 안했다"고 말했다.  

특히 우 씨는 합병검토 과정 업무 중에서 보고서 관련 업무 비중은 크지 않았고 안진과 킥오프 미팅도 안진 측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우 씨는 "합병 관련 회계, 세무 이슈 등을 검토하고 있었고 보고서 관련 업무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안진의 요청으로 미팅이 있었고 안진이 합병에 대해 필요한 용역을 우리에게 설명하는 자리였다"고 했다. 

우 씨는 '안진평가팀이 보고서 작성 초기 평가 방향 잡고 요청한 적 있는지'를 묻자 "없었다"며 "안진이 삼성물산 가치를 시총 유사한 방향으로 검토하거나 설명을 들은 적도 없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우 씨는 안진 측의 경우 보고서 작성 일정을 맞추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우 씨는 '오 씨는 1차 회의에서 참석도 하지 않았고 보고서 일정도 못맞추고 어떻게 하겠다는 말도 없었나'는 변호인 질문에 "그렇다"며 "이해가 안됐고 실망했다"고 했다. 

또한 우 씨는 "안진평가보고서에 대해 조작 허위라고 생각한적 없다"며 "자료 제약이 좀 있었지만 안진이 합리적으로 평가했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재판의 주요 쟁점은 ▲1:0.35의 비율로 진행된 제일모직-삼성물산 흡수합병의 불법성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는지 여부 등이다. 

변호인단은 당시 삼성물산의 상황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삼성물산은 건설업의 불경기 지속과 해외프로젝트로 인한 막대한 손실로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 변화로 순환출자 등 규제 변화까지 맞물리면서 합병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합병 이후 삼성물산의 경영실적과 신용등급도 상승하는 등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합병 비율 역시 자본시장법에 따라 정해졌다. 당시 산정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은 1:0.35로 자본시장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사회 결의일 이전 한달간 각 회사 시가총액의 가중평균값으로 결정됐다는 설명이다.
조재범 기자 jbcho@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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