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핵심 보건의료 정책과제로… 환자분류표 기준의 함정일상생활 수행능력 기반 ‘간병 필요도’ 측정이 우선일방통행 대신 현장의견 반영 중요… 협의체 구성 제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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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 주요정책 과제로 ‘간병비 급여화’가 떠올랐다. 막대한 가계 부담으로 ‘간병 파산’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고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문제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간 간병비를 제도권에 편입시키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막대한 재정 소요의 벽에 막혔고 흐지부지 흘러갔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견고한 정책 설계를 기반으로 사회적 합의와 소통구조를 명확히 형성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집권 첫해 요양병원에 있는 중증 환자 25%에 대해 66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간병비 급여화를 실시하고 점차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110대 정책과제로 선정됐다. 

    아직은 큰 그림만 그려진 상황으로 구체적 셈법은 논의되지 않았다. 현행 기준 자체는 요양병원 환자분류표 등급에 맞춰 급여화하는 것이 유력하지만, 이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선순위 설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31일 기평석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환자분류표에 입각한 급여화 추진이 이뤄지면 실제 간병이 필요한 환자에게 제도적 혜택이 돌아가지 못해 논란이 될 수 있다”며 “일상생활 수행능력(ADL)평가를 기반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요양병원 입원군은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의료중도 ▲문제행동군 ▲인지장애군 ▲의료경도 ▲신체기능저하군 등 기존 7개 분류체계에서 3년 전 가장 밑 단계인 3개군을 입원이 필요없는 ‘선택입원군’으로 통합했다.
     
    현재 적용되는 5단계는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의료중도 ▲의료경도 ▲선택입원군으로 분류된다. 즉, 선택입원군의 경우는 급여화 적용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기 회장은 “선택입원군에는 말기 암환자는 물론 골절 환자 등도 포함된 상황”이라며 “간병이 필요한데도 분류표에 따른 구분이 되면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돌보고 독립성을 유지하는 기본적인 일상에서 활동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ADL 평가를 반영해 간병 필요도를 측정하는 것이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는 진단이다. 

    일례로 옷입기, 세수하기, 목욕하기, 식사하기, 이동, 화장실 사용, 대소변 조절 등 영역에서 취약하다면 선택입원군이라고 해도 간병비 급여화 대상이 되는 것이 합당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올해 안에 간병비 급여화 시범사업을 추진하자고 정부에 제안했다”며 “단순히 환자분류표가 아닌 실제 간병이 필요한 환자군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간병비 급여화가 견고한 제도로 정착하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현장 의견을 들어 조율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노동훈 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은 “통상 여러 보건의료 제도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직접적 이해관계자가 배제되는 경향이 있는데, 간병비 급여화의 경우는 그렇게 해서는 본질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요양병원 관계자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논의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초고령사회의 핵심 의제로 설정된 만큼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