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사태 장기화로 의학연구 10년 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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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대 교수들의 연구 시간이 1/3 가량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 사태로 병원을 떠난 전공의 공백 탓에 연구보단 진료에 집중하는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는 의료분야 논문 실적 저하로 이어질 전망이다. 

    22일 서울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진료, 교육, 연구는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교수의 책무이나 연구분야가 완전 무너져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2~15일 비대위에서 조사한 결과,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의학 연구에 할애하는 시간은 이전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다. 과거 연구에 10시간을 썼다면 현재는 3.5시간 밖에 쓰지 못한다는 의미다. 

    연구 역량의 하락은 곧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연구 결과가 발표되는 데에 보통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상급종합병원의 파행적 상황은 내년 이후부터 실제 연구
    성과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비대위는 "당장 급한 진료 업무만을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오랜 시일을 투자해야 하는 연구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특히 교수 10명 중 7명은 24시간 근무 후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45%는 주 72시간 근무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차원의 진료량 축소 조치 등으로 사태 초기에 비해 다소 여건은 나아졌으나, 여전히 대다수의 교수들은 번아웃 직전에 놓였다. 문제는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림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의학분야 연구 논문 수는 세계 13위였다. 그러나 올해 의정 사태 장기화로 그 격차는 벌어질 것이라는 서울의대 교수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비대위는 "무너져버린 연구 역량을 복원하는 데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며 "의과학 연구역량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데 이대로면 10년은 퇴보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